우리나라의 여행 인구가 지난해 1,600만명에 돌입했다. 근 4년 사이 꾸준히 아웃바운드 시장은 성장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최대치를 갱신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아웃바운드 인원에 비례해 함께 늘어나는 것이 있으니, 여행 분야에서의 소비자 피해다.
<편집자 주>
 
-여행사 사칭해 예약금 21억 받아 챙기고
-‘15명 모으면 공짜여행’에 800명 속기도
-단체여행 소개 명목으로 여행사도 등쳐
 
 
여행자도, 여행사도 당한다
 
여행 분야에서의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수법은 다양하다. 우선 여행사를 사칭하는 경우다. 해외여행 전문 여행사를 차린 뒤, 모객 후 입금된 여행 경비를 빼돌린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와 같은 수법으로 여행자에게 약 21억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검거됐다. 눈속임을 위해 몇몇 여행자는 진짜로 여행을 보내주기도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최근에도 허니문 박람회를 돌며 허니무너에게 예약금을 받아 놓고 여행사가 사라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행사 운영을 하면서 갚지 못한 돈을 신규 예약을 받아 메꾸는 경우도 몇차례 있었다. 자금 돌려막기에 여행자의 경비가 이용됐다. 

타깃을 해외로 돌린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 울산에서는 타인 명의로 유령 여행사를 차린 뒤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여행객 15명에게 1,300만원을 받고 잠적한 경우도 발생했다. 
거꾸로 여행사를 속이는 경우도 있다. 울산 사건의 같은 일당은 전국의 여행사를 돌며 단체 여행객들을 소개해준다는 명목으로 뒷돈을 받아 챙겼다. 

네트워크 마케팅, 속칭 다단계를 이용하기도 했다. 지난 12월에 대전 동부경찰서에 검거된 부녀는 ‘해외여행객 15명 이상을 모아 오면 당사자는 공짜로 여행을 보내준다’며 사람을 모았다. 모인 인원은 약 800여명, 예약금 명목으로 챙긴 금액은 약 12억3,000만원에 달했다. 해외 여행 상품은 일반적으로 수십만원~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가 상품이므로 피해자의 기본 피해액수도 클 수 밖에 없다. 

직접적인 피해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위험성이 따르는 경우도 있다. 공식적으로 허가받지 않은 외국계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 월드벤처스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네트워크 마케팅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몇몇 국가들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지만, 우리나라는 공식적인 활동을 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을 해야 한다. 현재는 정식 론칭도 돼 있지 않을뿐더러 만약의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해결해 줄 안전망이 없는 상태여서 우려의 시선이 높다. 

2013년 피해구제 667건 접수
 
여행을 미끼로 하는 사기 수법만이 아니라,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품으로 인한 피해도 늘어났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소비자피해구제연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한국소비자원으로 접수된 피해구제 건은 총 667건이다. 2012년 591건이 접수됐으니 전년 대비 약 12.9%가 늘어난 것이다. 그 중 국외여행과 관련된 사안이 전체의 81.1%, 총 541건에 달해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가장 많은 문제제기가 많았던 유형은 계약취소 거부였다. 특약체결 후 상품 취소를 할 경우 과도한 위약금을 무는 경우다. 약 328건으로 전체의 42.9%를 차지했다. 뒤를 이은 것은 가이드에 대한 불만족이었다. 전체의 9.9%에 달하는 66건이 가이드 불성실을 이유로 들어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이어 52건, 약 7.8%는 항공권 미확보를, 47건(7.5%)은 일정 및 숙박지 임의변경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나마 절반에 이르는 332건, 49.8%가 환급, 배상, 계약해제, 부당행위시정 등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남은 절반은 조정신청, 취하중지 등으로 합의되지 못하고 종결됐다. 피해건수 중 절반이 매듭을 짓지 못하고 마무리 돼 분란의 소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앞선 사례들처럼 여행사를 사칭해 모객 후 여행비용을 갈취하거나, 여행을 미끼 삼아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어 전체 시장의 물을 흐리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일들의 가장 큰 문제는 여행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한다는 점에 있다. 여행자들이 혹시 모를 사고 방지 차원에서 큰 여행사만을 선호하다보면 여행사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신고만 하면 여행사를 시작할 수 있어 들어오는 문턱이 낮은 만큼, 사고의 위험도 높다. 감시기관의 관리감독이 철저해져야 하는 이유다. 

월드벤쳐스  가입자 늘어난다는데, 안전망 없어 문제

월드벤처스는 하위 그룹을 만들어 일정 숫자에 도달하면 그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받는 구조다. 일반회원과 사업자회원으로 나뉘고, 사업자회원으로 시작해 4명을 모으면 월 회비인 50달러를 면제받는 것에서 시작해 6명 이상을 모으면 670달러의 보상을 받는다고 홍보하고 있다. 

월드벤쳐스 회원이 이용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은 자체 패키지여행 사이트인 드림트립스(DreamTrips), 자유여행 사이트인 로비아(Rovia)에서 공급한다. 항공권을 제외한 여행 일정을 판매하고 있고, 회원은 공급가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앞선 취재를 통해 밝혀졌듯(본지 2014년 9월22일자 참고) 월드벤쳐스의 한국 내 활동은 아직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국내에서 외국계 회사가 네트워크 마케팅을 하려면 무조건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을 해야 하지만, 등록이 안 돼 있다. 때문에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활동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트워크 마케팅을 이용한 영업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 사례가 생겼을 경우,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피해 구제를 지원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공제조합이다. 그러나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공제조합에서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없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사업자들 일부는 월드벤쳐스가 한국 지사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매번 시기는 미뤄지고 있긴 하지만 꾸준히 거론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움직임도 미미한 상태다. 한국 론칭을 위해서는 공식 등록을 해야하는 공정거래위원회나, 피해자 구제를 위해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가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공제조합과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이들 모두 관련 내용에 대한 월드벤쳐스의 움직임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 론칭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조율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사업자들이 예측하고 있는 올해 1월, 2월 론칭은 어려워 보인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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