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참으로 신기하다. 긴긴 열두 달을 지나 다시 1월1일로 돌아가면, 무엇이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수년 동안 달성하지 못했던 목표도 올해만큼은 이룰 수 있을 것만 같고,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새롭게 다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듬해가 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경험했으면서도 말이다. 모든 ‘처음’에는 이렇게 순수한 힘이 있다.

새해가 되고 여행신문 입사 3년차를 맞으며 처음의 마음을 떠올렸다. 여행업계에 갓 발을 들였을 때의 초심 말이다. 1년에 한 번도 가기 힘들었던 해외를 고향집보다 더 자주 들락거리고, 결혼식 아니면 먹을 일 없었던 호텔밥을 집밥처럼 자주 먹는 일이 경이롭게 느껴졌던 때. 생소한 업계 전문용어를 이해 못 해 머리 아프고 막대한 업무량에 몸이 파김치가 되어도 왠지 즐겁고 재미있었다. ‘이 직업 덕분에 내 것이 아닌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는 구나’라는 생각에서였을 거다.

그랬던 초심은 고된 스케줄의 해외출장이 반복되고 똑같은 호텔 스테이크를 일주일에 두세 번씩 먹는 동안 점점 흐릿해져 갔다. 그리고 어느 시점엔가 그런 것들을 당연하게, 때로는 귀찮게 생각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을 때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직업 때문에 누리는 것들을 ‘내 것’이라고 착각했을 뿐 아니라 함부로 대하고 있었다. 종종 초심을 떠올리려 애쓰는 것은 그때의 내가 지금보다 나았다거나 행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내 것과 내 것 아닌 것을 제대로 구분하기 위해서다.

여행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다 보면 자신의 직업 때문에 누리는 것들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대부분이 항공좌석 블록을 쥐락펴락 할 수 있고 팸투어 기회와 마케팅 비용을 제공해 준다는 이유로,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이들에 대한 험담이다. 직업을 지위로 착각하고 자신보다 나이와 경력이 많은 사람에게 기본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잘 나가던 항공사가 어느 날 단항이 되기도 하고, 한 해에도 몇 개의 관광청이 GSA 업체를 바꾸는 요즘이다. 직업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한번 쌓인 인간관계와 커리어, 평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새해가 왔다. 한번쯤 자신의 초심을 돌아보며 무엇이 진짜 ‘내 것’이고 무엇이 ‘내 것이 아닌 것’인지 구분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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