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오르는 방송료·수수료에 여행사 휘청
-단기간 빠른 모객 충당할 대체 채널 ‘없어’
-홈쇼핑 판매 이후 유사 상품으로 수익 메꿔

여행사 직원 A씨는 홈쇼핑 상품 준비로 바쁘다. A씨가 속해있는 일본팀은 최근 1~2월 중으로 여행할 수 있는 일본 상품을 59만9,000원에 홈쇼핑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갑자기 오른 방송료로 부담이 커졌다. 거기다 지난해 7월 실시된 총액표시제로 유류할증료가 상품가에 포함돼 여행사에서 홈쇼핑사에 제공하는 판매수수료도 기존보다 많아졌다. 그렇다고 홈쇼핑을 진행하지 않으려니 홈쇼핑 판매로 빠르게 확보하던 모객을 충당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편집자 주>
 
5,000만원 방송료에 8.9% 수수료
 
매년 반복되는 홈쇼핑 딜레마. 대부분의 여행사 관계자는 홈쇼핑을 통한 상품 판매는 상품의 수익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전체적인 시장 가격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구성을 한다. 처음부터 수익이 아닌 마이너스(-)수익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거기에 투자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홈쇼핑 채널의 1회 방송료는 인지도가 낮은 채널의 경우 3,000만원대 초반부터 지상파 채널 사이에 자리한 메인 채널의 경우 5,0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홈쇼핑 판매로 얻은 수익의 일부분을 판매 수수료로 제공해야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홈쇼핑 판매수수료는 8.9%다. 하지만 이는 홈쇼핑사와 여행사의 상호관계, 여행사의 실적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A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사 역시 매년 케이블 방송사에 지불하는 요금이 오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방송료·판매 수수료 인상을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쇼핑 적자는 유사상품 수익으로
 
A여행사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1인당 기본 5~6만원은 적자로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후 홈쇼핑 판매를 통해 알려진 상품은 비슷한 구성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된다. 이때 발생하는 수익으로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장거리를 제외한 상품의 경우 보통 방송중 1,000~2,000콜(예약 건수) 정도 나오면 평균으로 본다. 하지만 콜수가 모두 예약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그중 20~30%만 실제 예약으로 전환 된다. 인기가 높은 날짜의 경우 1인당 10만원 이상의 적자를 보는 경우도 많다.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콜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특전 추가, 상품가 하락은 필수적이다. 악순환의 반복인 셈이다.

총액표시제가 시행된 이후 수익은 더 낮아졌다.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유류할증료가 상품가격으로 포함되면서 전체 상품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에 홈쇼핑사에 제공해야 하는 판매수수료 역시 액수가 늘어났다. 여행사만큼 랜드사의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여행사에서는 한정된 예산으로 홈쇼핑을 진행하기 때문에 증가하는 비용은 대부분 랜드사 몫이기 때문이다. J랜드사 소장은 “홈쇼핑 진행비의 60%까지 부담하고 있다”며 “상승하는 비용만큼 추가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활성화를 위하 모객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쓰레기차를 피하려다 똥차에 치인다’는 말도 나온다. 다른 채널을 통한 광고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홈쇼핑이 이제는 더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홍보·투자·좌석관리 이유도 다양
 
큰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악순환이 계속됨에도 여행사들은 홈쇼핑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판매가 부진한 상품을 단기간에 빠르게 모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행사의 실적과도 연관 있다. 홈쇼핑을 통한 판매가 수익은 남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항공사로부터 구매한 좌석을 소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여행사 모객의 볼륨을 키우고 추후 성수기에 항공사로부터 항공좌석을 받을 때 유용한 실적으로 사용된다는 점도 있다. B여행사 관계자는 “성수기에 마진을 조금 붙여 판매해도 콜수가 많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일종의 투자로 생각하고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 채널을 통한 상품 판매가 여행사 브랜드의 홍보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이유다. 정기적으로 TV채널을 통해 여행사의 이름을 단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이고, 이를 바탕으로 여행사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항공사와 여행사, 랜드사는 물론 현지 호텔, 리조트 등 여러 방면으로 얽혀있는 여행업계에서 서로의 관계를 완만하게 유지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라는 의견도 있다.  
 
수익성 낮지만 대체 채널 없어
 
하지만 홈쇼핑 판매를 진행하면서도 관계자들의 고민은 점점 커지고 있다. 매년 인상되는 방송료와 판매수수료 보다 직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스케줄 잡기’다. 보통 홈쇼핑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2달 전부터 여행사 직원들과 홈쇼핑 직원들의 미팅이 이어진다. 하지만 원하는 날짜에 방송하기는 만만치 않다. 6개뿐인 홈쇼핑사와 여행 상품 판매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B홈쇼핑 관계자는 “대부분의 여행사가 원하는 시간대는 모두 비슷하다”며 “성수기를 기점으로 직전, 직후에 최소 50~60여개의 상품 제안서가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어 “홈쇼핑 채널도 수익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가 많이 될 것 같은 상품을 선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여행사에 홈쇼핑을 대신할 뾰족한 채널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부분의 여행사가 큰 부담을 안고도 홈쇼핑을 진행하는 이유다. 다만 더 많은 투자를 하기보다는 자체적인 상품 홍보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D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다함께 홈쇼핑을 통한 상품판매를 하지 않으면 몰라도 우리 여행사만 홈쇼핑 판매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하지만 과거보다 더 많은 비용을 홈쇼핑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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