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할증료가 뜨거운 감자다. 지난 2005년 국토교통부(당시 건설교통부)는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제 유가 급등에 따라 항공사들의 경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로 소개됐다.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 유류할증료 인하폭이 좁다는 의견이 거세다. 유류할증료도 계속 낮아지고는 있지만 하락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다. 유류할증료 부과기준과 적용방식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 또한 유류할증료를 여전히 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5년 업무계획에서 올해 항공요금 형평성 제고를 위해 운항거리·시간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한 유류할증료 인가 세부심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편집자주>
 
-양 국적사, 2월 유류할증료 2단계로 내려
-신고제·인가제 상관없이 외항사 요지부동
-끊임없는 비판 … 개선책 모색 움직임
 
3월에는 유류할증료가 0원?
 
국제 유가 급락으로 항공기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1개월 만에 무려 74%(미주 기준)나 내려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이번 달 6단계에서 2월에는 2단계로 4단계 하락하기로 결정했다. 

양 국적사는 2월 미주 노선 유류할증료를 편도 기준 15달러로 책정했다. 1월 58달러보다 무려 74% 낮아졌다. 지난해 2월 165달러와 비교하면 1/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럽·아프리카 노선도 56달러에서 15달러로 73% 내려간다. 이 밖에 중동·대양주 노선은 48달러에서 14달러로, 서남아시아·중앙아시아 노선은 26달러에서 7달러로 인하된다. 중국·동북아는 17달러에서 5달러로, 동남아는 22달러에서 6달러, 일본·중국 산둥성은 10달러에서 3달러로 각각 내려간다.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8,800원에서 4,400원으로 50% 내린다. 

유류할증료는 14단계였던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했다. 현재 이 하락세가 지속되면 오는 3월에는 유류할증료가 0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선 유류할증료 단계는 전달 중순에서 이달 중순까지 한 달간 싱가포르 국제석유 시장 항공유(MOPS)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싱가포르 항공유가 갤런당 150센트 이상 160센트 미만일 때가 1단계에 해당한다. 이후 10센트 단위로 1단계씩 높아지는 구조로 돼 있다. 최고 33단계까지다. 2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해 12월16일부터 지난 1월15일까지, 1개월간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가격은 갤런당 164.33센트(배럴당 69.23달러)로 1개월 전보다 44.33센트 하락했다.
 
인가제 15개국 신고제 36개국
 
이달 국적사의 유류할증료 하락 결정 발표에도 불구하고 외국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 인하 움직임은 현재 상당히 소극적이다. 
유류할증료 책정 방식으로는 요금표를 국토부에 제출하면 국토부가 이를 인가해주는 ‘인가제’가 있다. 인가제 국적 항공사들은 매달 변동사항을 국토부에 신청해 승인받거나 신고절차를 거쳐 항공요금에 적용한다. 

반면 신고제 국적 항공사들은 각자 요금정책에 따라 유류할증료를 책정한다. 그 뒤 자국과 한국의 항공협정에 따라 유류할증료 변경에 대해 승인 또는 신고절차를 밝는 것이 ‘신고제’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발 국제선을 운항하는 외국계 항공사는 항공협정에 따라 유류할증료 등 항공운임 및 요금을 국토부에 인가 또는 신고 받은 후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1월29일 현재 인가제 국가로는 일본, 중국, 홍콩, 필리핀, 피지, 네덜란드, 이탈리아, 이집트, 아랍에미레이트, 네팔, 몽골, 마카오, 오스트리아, 핀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 총 15개국이며, 신고제 국가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터키, 호주 등 36개국이다. 
 
본사 가격 정책이라…
 
문제는 인가제, 신고제 할 것 없이 오를 때는 급박하게 오르던 외항사의 유류할증료가 급락세일 때는 도무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사의 운영비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유가 하락에 비례해 항공권 가격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국제유가와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보면 국제유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동안 항공권 가격은 10% 미만 떨어진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유가 하락분이 가격에 별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류할증료를 더욱 낮추던가, 기본 운임을 내려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인가제 국적 항공사들은 국내 국적사 기준으로 유류할증료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항공사를 제외하고서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에 운임 변경 신청서를 접수하는 경우도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가제 국적 항공사일지라도 국적사의 유류할증료는 참고사항일 뿐 반드시 동일할 필요는 없다”며 “항공협정에 따라 부과 단계 및 노선 별 유류할증료가 다르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미국, 영국 등 신고의무만 있는 항공사들은 국토부가 따로 유류할증료에 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더 심하다. 지난달 22일을 기준으로 신고제 국적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국적사 보다 약 3~4배가량 비쌌다. <여행신문 1월26일자 참고>

이와 관련해 본지 취재 결과 유럽, 미주, 중동 등 주요 항공사들은 당분간 현행 유류할증료 수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유류할증료와 관련한 질문에도 본사 정책이라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한 유럽 항공사의 본사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인터뷰에서 “유류할증료는 모기업의 가격정책에 따르고 있을 뿐, 현재로서는 어떠한 의견도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중동 항공사 관계자도 “본사에 계속해서 유류할증료 인하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나, 현재로서는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그렇다고 기본 운임을 내릴 여력도 없다. 당분간 이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류할증료, 손봐야한다
 
결국 정부 또는 협회가 나서 일관성 없는 유류할증료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 간 항공 협정에 따라 인가 및 신고사항을 꼼꼼히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유류할증료 제도가 오래된 만큼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국적사 관계자는 “2005년 유가가 급등하며 늘어난 항공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 유류할증료”라며 “지금 같은 저유가 시대에 오히려 소비자들에게는 부담, 업계에는 혼란을 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도 “국토교통부는 유류할증료 부과와 관련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적용기준, 산정방식이 항공사마다 다르고 유류구매량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도 상당한데도 항공사별 유류할증료는 동일한 기이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토부가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국토부를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도 지난달 27일 논평을 통해 “유류할증료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항공사에게만 유리한 특혜이며 항공사의 수익보전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이는 유류할증료 부과의 투명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토부는 유류할증료 부과 기준, 산정방식과 관련된 지침을 마련해 적정성 및 타당성을 점검하고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끊임없는 유류할증료 논란에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지난달 26일 각 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유류할증료를 항공 운임 항목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도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0차 물가관계 차관회의를 열고 유류할증료 대책마련에 나섰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저유가가 소비자물가에 적기에 반영돼야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원가에서 유가 비중이 큰 항공 유류할증료를 더욱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도 새해 업무계획에서 “항공요금 형평성 제고를 위해 운항거리·새해 업무계획에서 합리적으로 고려한 유류할증료 인가 세부심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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