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다. 
기자도 수많은 기자들의 기사를 접한다. 모범이 되는 기자도 있고, 마음에 와 닿는 기사도 있다. 반대로 기자 양심과 윤리 의식조차 보이지 않는 기자도 있다. 최근 한 관광청 관계자는 ‘기자가 정말 싫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이 관계자가 근무하는 국가에서 지인들이 한국을 방문했고, 서울로 이동하던 중 그만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추돌 사고를 당했다. 불행하게도 당시 이 차를 운전하던 운전자는 사망했으며, 지인 중 한명은 의식불명 상태다. 날벼락 같은 사고에 관광청 모두가 정신이 없는 상황에 어찌 휴대폰 번호를 알아냈는지, 기자들이 전화를 해대기 시작했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느냐고 물으면 답해 줄 수 없다면서 사건 경위 등만 캐묻기 바빴다. 세월호 사고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반성문을 쏟아낸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건만 모두가 기삿거리 찾기에만 혈안이었다. 

또 있다. 여행신문은 지난 2월2일과 2월9일 2회에 걸쳐 커버스토리로 유류할증료에 관한 기사를 다뤘다. 1612호가 발간된 다음날인 지난 2월10일, 모 포털사이트를 검색 중 ‘심층분석’이란 타이틀을 달고 메인에 걸린 한 기사를 읽었다. H 일보 기자가 작성한 유류할증료에 관한 기사였다. 기사를 다 읽고는 할 말을 잃었다. 몇 가지 맥락에서 따져볼 때, 아니 기사 전체를 봤을 때, 기사를 베낀 흔적이 너무도 역력했다. 인용이 아닌, 도용했음이 분명했다. 업계 관계자의 멘트도, 한 항공사 유류할증료를 분석한 것마저도 모두가 같았다. 

많은 기자들이 기업이나 홍보사에서 내놓는 자료에 의존하거나, 취재원에 대한 배려는 무시한 채 취재를 진행하고, 속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기사를 베끼는 사이, 언론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분야는 달라도 대부분의 기자들은 기레기라는 비판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 기자 역시도 그간 써낸 기사들이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노출되고 댓글을 통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최근 접했던 일련의 일들은 3년차 기자인 내게 타산지석임에 분명하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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