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 자로 필리핀항공의 GSA가 서울항공에서 락소(구 세훈항운)로 변경됐다. 지난해 3월 세훈항운에서 서울항공으로 넘어간 지 딱 1년 만이다. GSA 변경이야 물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좋은 조건의 파트너를 찾아가는 것은 시장 경쟁의 논리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가 바뀔 때마다 GSA를 갈아치우는 필리핀항공의 행태가 썩 납득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우선 방법론이다. 필리핀항공이 한국 GSA 변경을 한국 시장에 알린 공식적인 방법은 토파스 홈페이지에 올라간 두 개의 웹문서다. 수십년 동안 필리핀항공의 좌석을 팔았던 여행사들은 그제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사과나 설명도 없었다.‘한국 시장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취재를 하며 만나는 사람들이 이 말을 탄식처럼 내뱉는 이유다. 

GSA 변경으로 생기는 실질적인 혼란 상황에 대한 책임은 더욱 크다. 우선 여행사 입장에서는 모든 계약관계 등을 다시 되씹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2월에는 GDS 발권이 막히면서 업무도 복잡해졌고, 발권한 당시와 실제 여행일의 GSA가 다른 경우 등 변수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졌다. 실제 이번 설 연휴에는 필리핀항공의 헤비 딜레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지만 책임을 물을 곳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단순히 계약이 이전되는 문제만도 아니다. 필리핀항공에 매달리고 있었던 수십명의 직원들은 어떠랴. 자의든 타의든 일이 없어진 사람은 떠나야 한다. 필리핀항공이 자리를 옮겨 앉는 동안 최대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은 이들일 것이다. 

물론 소비자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통째로 운영이 바뀌는 것이니 소통의 문제는 기본, 변경된 스케줄로 인해 여행이 틀어지기까지 한다. 이미 바뀐 일정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여행자들의 소식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다른 이는 다 제치고 그나마 필리핀항공의 GSA들은 득을 봤는가? 
그런데 이 또한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누군가는 득을 봐야하는 게임인데 아무리 봐도 득을 본 자는 없는 것 같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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