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에 볼 거 없지 않아요?”
얼마 전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고웨스트서미트(Go West Summit)’ 취재를 마치고 덴버 팸트립에 참가했다고 하니 한 FIT여행사 직원이 이렇게 물어왔다. 예상치 못한 반응은 아니었다. 기자 역시 그와 같은 생각으로 아무 기대 없이 출장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 여행사 직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랬다.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덴버가 정말 개성 있고 놀기 좋은 도시더라고요. 다른 미국 도시는 9시만 되도 거리에 불이 다 꺼지고 깜깜하잖아요? 덴버는 서울처럼 길이 환해요. 나이트라이프가 발달해서 밤늦도록 바, 클럽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해요. 거리 예술작품과 미술관이 많고 하루 종일 무료 셔틀버스가 다니는 쇼핑거리도 있어요. 크래프트비어로도 유명해요. 브루어리가 200개 넘는대요. 덴버 옆 도시인 포트콜린스에는 미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는 수제맥주 브루어리가 있는데 정말 가볼 만해요. 포트콜린스는 월트디즈니가 디즈니랜드를 만들 때 영감을 받은 건물이 있는 곳이에요. 올드타운이 아기자기하고요….” 그렇게 한동안 수화기를 잡고 덴버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덴버에는 분명 다른 미국 도시와 다른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꽃보다 할배>가 스페인을 가기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차기 촬영지 후보에 올랐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았었다. 소문에 의하면 일단 나PD의 마음은 얻은 것 같은데 최고 결정권자인 ‘할배들’이 고사했단다. 할배들이 “미국은 가 봤으니 다른 나라를 가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호주처럼 영토가 넓은 나라들에는 딜레마가 있다. 수많은 도시 중 가장 유명한 1~2개 도시만 여행하고 그 나라 전체를 봤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거다. 그밖에 작은 도시들에도 전혀 다른 매력이 있지만 호기심조차 갖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덴버, 콜로라도스프링스 같은 도시들이 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서도 서울, 전주, 경주, 부산이 다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데 미국은 오죽할까. 구석구석 숨어있는 매력을 끄집어 내 사람들에게 새로운 여행지를 소개하는 일, 우리 여행업계의 몫이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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