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사이 국적LCC 비중 10% 늘어
-좌석 클래스 늘리고 가격대 세분화 
-서비스 강화해 ‘FSC 정체성 찾기’
 
9만원, 5만원, 심지어 0원으로 해외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다. 파격적인 가격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저비용항공사(LCC).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때문에 터주대감이었던 풀서비스캐리어(FSC)는 상당부분의 몫을 LCC에 넘겨주고 말았다. 그러나 계속 시장을 내어줄 수는 없는 터다. FSC만의 정체성과 탄력적인 가격 정책을 내걸고 파이 지키기에 나섰다. <편집자주>
 

단거리 노선 FSC 영향력 약화
 
지난 2월2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5년 1월 항공운송동향’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월 국제여객 점유율 비중에서 국적 LCC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전체 중 국적 LCC의 비중은 3.9%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5년 1월에는 13.8%로 무려 10% 가량 늘었다. 한국에 취항 중인 외국계 LCC를 고려하면 LCC 점유율은 사실상 더욱 높다. 아시아나항공이 두 번째 LCC 설립을 추진하고, 한국 시장을 간보고 있는 외국계 LCC들이 있으므로 앞으로도 LCC 시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밀려드는 LCC의 공세 앞에서 상대적으로 항공가가 높은 FSC의 특성은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이 없다면 선택을 받을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미 단거리 여러 노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FSC들의 소식도 간간이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마냥 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시장을 지키기 위한 FSC의 방어 전략도 치밀해지고 있다. 
 
LCC보다 저렴한 가격 출시하기도
 
가장 기본적인 것은 탄력적인 가격 정책이다. 같은 노선에 취항하고 있는 LCC와 비슷한 가격대의 저가 항공권을 출시하는 경우다. 비수기나 인기가 없는 날짜를 중심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경쟁사의 가격 정책에 반응하는 경우도 다수다. 공급이 많은 동남아 주요 노선에서는 LCC보다 저렴한 특가를 내는 경우도 흔하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특가가 연중 상시화 됐다”고 전하고 있다. FSC인 A항공사는 정기편의 항공가를 경쟁사 LCC보다 저렴하게 책정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 LCC들이 따로 비용을 부과하는 수화물, 기내식 등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가격 차이가 거의 없게 된다. 

탄력적인 가격 정책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은 항공사 좌석 클래스다. 과거 클래스 개수가 10개에 불과했다면 최근에는 2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가격대를 세분화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클래스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이를 두고 “A에서 Z까지 모두 클래스로 쓰고 있어서 알파벳이 모자랄 정도”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각종 서비스 비용을 포함하는 FSC의 특성상 저가 정책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격을 낮춘 만큼 마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로 ‘마진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좌석을 파는 것이 아예 못 파는 것보다 낫다’는 입장이다. 박리다매를 통해 수익을 만드는 전략이다. 
 
편수 늘리고 애드온 경쟁력 있게
 
지역에 대한 주도권을 잡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운항편수와 노선을 늘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베트남항공은 지난 2014년 운항 편수를 전년대비 약 16%가량 늘렸다. 기존에 운항 중이던 하노이와 호치민에 운항편을 추가하고, 다낭에 신규 취항했다. 해가 지남에 따라 꾸준히 시장을 확대하는 항공사 플랜의 연장선상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베트남에 신규 취항한 LCC들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베트남항공은 올해도 전체 공급을 2014년 대비 8%가량 늘릴 계획이다. 올해 10월부터 인천-하노이 구간에 280석 가량의 A350을 투입해 기존보다 좌석을 100석 이상 늘리고, 호치민 또한 B777을 투입해 기존보다 40석 가량 좌석을 늘려 300석을 공급할 예정이다. 

외항사의 경우 국내선 및 국제선 애드온 요금을 경쟁력 있게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상대적으로 네트워크가 좁은 신생 LCC나 우리나라 국적 LCC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수의 외항사에서 국내선 요금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베트남항공은 국제선을 이용한 승객에게 국내선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앞으로 프로모션이 적용되는 국내선 구간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베트남을 거쳐 다른 방콕,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로 이동하는 승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타이항공 또한 과거에 비해 국내선 요금을 인하해 공급하고 있다. 
 
여행사 VI 최대 5% 확대
 
서비스 업그레이드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LCC와 달리 FSC에게는 서비스가 정체성의 일부분이다. 때문에 LCC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비용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일본항공이다. 일본항공은 최근 LCC와의 가격 경쟁 대신 FSC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의 초점을 맞췄다. 오는 3월30일부터 새로운 김포-하네다 노선에 B787을 투입해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같은 기종을 운영하는 타 항공사 보다 좌석 간격을 넓혀 여행자의 편의를 신경쓴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물론 무료 수화물 용량 확대 등 작은 부분에서의 변화도 감지된다. 타이항공은 지난해부터 10kg씩 무료 수화물 용량을 늘렸고, 베트남항공도 같은 무게를 늘렸다. 

여행사와의 관계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오래 거래한 여행사에 경쟁력 있는 요금을 주거나, VI를 추가로 지급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기본 VI에 최저 2%에서 최대 5%까지도 추가 VI가 지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 VI가 여행사의 주요 수익원이 됐기 때문에 여행사 입장에선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