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여행사는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하나로 ‘이사의 책임감경’조항 추가를 위한 정관변경을 넣었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기존 정관상에는 이사의 책임 범위가 폭넓게 규정돼 있어 신규 사업 추진시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위축되는 측면까지 있었다”고 정관변경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상법 제399조 및 400조는 ‘이사의 책임감경'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이사들이 회사에 책임을 질 사유가 발생했을 때 이사의 책임을 말 그대로 감경하고 면제해주는 제도다. 지난 2011년 상법 개정에 따라 ‘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사외 이사는 3배)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면제한다’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즉 회사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사의 책임을 작은 부분으로만 제한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규정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오히려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적인 견해를 제기한다. 책임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실패 등에 따른 손실 등의 책임을 경감 받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법개정 논의과정에서도 이 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이 상당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과거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포스코 등은 주주총회에서 이 안건을 상정하려다 주주들의 반대를 우려해 삭제했다. 일동제약의 경우 상정했지만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왜 그랬을까. 이사들의 방만경영을 걱정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여행사를 두고도 같은 맥락의 우려가 나왔다. 최근 이뤄진 모 여행사 인수가 향후 전개상황에 따라서는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한 이사들의 조치라는 분석마저 나돌았다. 

이사의 책임감경 도입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와 관련해 사측과 주주간의 오해 및 마찰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 어디까지나 기업의 빠른 의사결정과 적극적인 경영을 위한 조항일 뿐 비리 등 불법행위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만약 이 여행사가 주주와 외부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했다면 ‘책임회피를 위한 것’이라는 따가운 시선은 많이 줄었을 것이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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