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치투어를 해 봤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해 봤다’고 대답하면 십중팔구 ‘어쩌다가 그런 걸 했느냐’는 동정을 받는다. 애초부터 ‘미국 코치투어는 고생스럽고 재미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의도로 질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동부 코치투어를 경험해 본 기자는 그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 2007년 코치투어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혼자 미국을 여행하기 두려워 한인 여행사 상품에 조인했다. 육로로 국경을 넘어가 뉴욕, 워싱턴DC 등을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뉴욕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코리아타운의 한식당에서 비빔밥을 먹는 일. 그리고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전망대에 올라갔다 내려온 뒤 버스를 타고 도심을 돌며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그러다가 중간 중간 내려 빠르게 사진을 찍고 버스에 올라탔고, 30분의 자유 시간 동안 ‘메이드인차이나’ 기념품을 산 것이 전부다. 다시 경험하고 싶지도, 친구나 가족에게 추천하고 싶지도 않은 여행이었다.

얼마 전 한 미국 여행사 대표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FIT가 정말 좋아서 FIT를 하는 여행객들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지만, 패키지가 너무 싫어서 FIT를 하겠다는 여행객이 생기는 건 슬픈 일이다.” 그는 “패키지가 싫어서 FIT로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제공할 ‘좋은 패키지’ 상품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했다. 패키지로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훌륭한 여행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인상 깊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여행시장엔 ‘패키지는 질 낮은 여행, FIT야 말로 여행다운 여행’이란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패키지 시장이 스스로에게 ‘질 낮은 여행’이란 낙인을 찍은 건 아닌지, 여행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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