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한인 여행사협회가 지난 13일 “2015년 4월 이후의 모든 홈쇼핑 판매에 관해 홈쇼핑 판매 지원금을 부담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동의한 각 여행사들은 랜드사와의 거래중지를 감수하더라도 계속 지켜 나가겠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결국 곪았던 곳이 터져버린 셈이다. 홈쇼핑에서의 여행상품 판매가 비정상적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현지 한인 여행사들이 광고 지면을 사서 호소문까지 발표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랜드사에 홈쇼핑 지원금에 대해 물으면 하나같이 “홈쇼핑 지원금만큼 만이라도 수익을 내봤으면 싶다. 우리라고 로컬 여행사에 그 부담을 넘기고 싶겠냐”며 “제발이지 홈쇼핑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랜드사에 지원금을 보내는 현지 로컬 여행사도, 여행사에 지원금을 보내는 랜드사도 결국 마찬가지 입장이고 같은 심정이다. 비단 이탈리아 뿐이 아니다. 전 지역 모든 랜드사와 현지 로컬 여행사 모두가 이 홈쇼핑의 굴레 속 피해자다.

갑의 위치에 있다는 여행사도 할 말은 있다.“오죽하면 하겠냐. 일주일에 유럽만 5~6개의 상품이 홈쇼핑을 한다. 너도나도 저가를 무기로 진행하고 출혈경쟁을 하는데 수익 남을 곳이 없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모객이 안된다”며 자신들도 피해자라 호소한다.

모두가 다 피해자며 비정상적이라고 말은 하는데, 변하는 건 없다. 여행업계 관계자 대다수가 이번 호소문을 보고는 ‘맞는 말’이라고 얘기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돌아서면 또 홈쇼핑을 준비하고 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지금의 현장의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이탈리아 한인 여행사협회의 호소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맞는 말이지만 내가 먼저 총대를 메겠다는 여행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하는 데 방안이 없다고만 한다. 홈쇼핑이 아니고서는 모객을 할 수 없다면 모객을 할 수 있는 정상적인 판매채널을 마련해야하는 데 이 또한 찾을 수가 없다고만 한다. 홈쇼핑을 시작했던 당위성이 절대 이러한 이유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모두가 손해 보는 장사인 홈쇼핑에 분명 제동이 필요하다. 이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