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크루즈 산업은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 크루즈 산업 평균 성장 폭(3%)을 훨씬 웃도는 속도다.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효과다. 한국 역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쏟고 있지만 현안도 산적하다. 4월28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크루즈 투어리즘 인 코리아 2015’를 통해 아시아 크루즈 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살폈다.
<편집자 주>
 
-크루즈 외래객 95만명…대부분 중국인
-마이너스 유치 후 쇼핑서 만회 ‘악순환’
 
 
아시아 크루즈 초보단계…잠재력 커
 
세계적 크루즈 선사인 카니발(Carnival)의 앨런 버클류(Alan Buckelew) COO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세계 크루즈 산업의 발전을 이끌 지역으로서 아시아가 지닌 잠재력에 주목했다. 그는 “세계관광기구(UNWTO)는 2015년 전 세계 여행자 수가 3~4%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4~5%로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고 전하고, “크루즈에서도 아시아는 극히 초기단계에 있기 때문에 향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카니발사의 조사에 따르면 크루즈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대비 크루즈 이용객 비율이 3.4%에 달한다. 이에 비해 동북아 3개국은 중국 0.01%, 한국 0.02%, 일본 0.02%로 완전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향후 크루즈 이용객 증가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크루즈 선사들도 이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포화상태인 미주, 유럽 시장에서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카니발사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52개 크루즈선이 1,065회에 걸쳐 아시아 지역을 운항할 예정이다. 이는 2013년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여객수용력으로 보면 2013년 대비 20% 증가한 217만명에 달한다. 국가별 기항횟수를 살펴보면 일본이 646회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고 말레이시아가 580회로 그 뒤를 잇는다. 한국은 377회 기항이 예정돼 있다.

실제로 근래 들어 아시아 지역의 크루즈 여행 수요도 부쩍 증가하기 시작했다. 앨런 버클류 COO는 “2014년 아시아 지역의 크루즈 수요는 140만명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했다”고 밝히고 “특히 중국의 경우 아시아 크루즈 전체 수요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는데, 중국의 아웃바운드 시장 성장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크루즈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루즈 산업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셈이다. 
 
크루즈에서도 중국인의 ‘파워’ 
 
한국 역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 크루즈를 통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95만4,000명으로 전년대비 37% 증가했다. 전체 방한 외래객 1,420만명의 약 6.7%가 크루즈 관광객이었으니 상당한 비중이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영향이 컸다. 방한 크루즈 관광객 중 중국인이 87%로 절대적이며, 일본인(4%)과 미국인(2%) 등 그 외 국가의 비중은 극히 작다. 

방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은 2012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그해 5월부터 시행된 ‘관광상륙허가제’의 영향도 한 몫 한 것으로 추정했다. 관광상륙허가제는 크루즈로 한국을 찾는 외래객에 대해 출입국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경우 중국인 유치 전담여행사가 모객한 경우 사증 없이도 관광상륙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유치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또 올해 1월 ‘크루즈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데 맞춰 범정부적 차원에서 크루즈 항만시설 확충, 관광안내 및 교통인프라 개선 등에 나서는 등 크루즈 관광객 유치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쇼핑 위주 기항지 관광의 그림자
 
방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급증의 그림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적 성장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속속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쇼핑 위주의 기항지 관광과 이로 인한 관광객 불만, 면세점이나 쇼핑센터 등 특정 부문으로만 수혜가 편중된다는 점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종택 과장은 “중국 대형여행사의 저가 패기지 상품 기획이 확산돼 양질의 기항지 관광프로그램, 우수한 가이드, 원활한 기항지 교통 인프라의 필요성도 그만큼 커졌다”고 지적했다. 제주크루즈포럼 김의근 위원장 역시 “쇼핑 등 특정 부문으로만 크루즈의 수혜가 한정된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한·중·일 관광장관회의 때 3개국 크루즈실무회의를 병행해 3국간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경기대 이경모 교수는 “치열한 가격경쟁과 이로 인한 저질 상품 및 기항지 관광은 필연적으로 관광객 불만을 야기하고 이는 다시 한국 재방문을 막는 악순환을 형성한다”며 “마이너스 투어피에 의한 관광객 모객과 쇼핑 중심의 크루즈 관광을 과연 누가 원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기항횟수 급증…소외될라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의 발길이 일본으로 쏠릴 조짐이 일고 있다는 점도 질적 개선 필요성을 높이는 요소다. 그동안 한국 위주로 이뤄졌던 중국인들의 크루즈 관광이 일본으로 옮겨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윤주 부연구위원은 “엔저 현상과 관광상륙허가제 시행, 적극적인 기항지 설명회 등을 배경으로 올해 일본의 크루즈 기항횟수가 급증했으며, 이로 인해 ‘동북아 크루즈 라인’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부연구위원이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시아 지역 기항횟수를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이 646회로 2013년 대비 무려 238회 증가한 반면 한국은 377회로 84회 증가에 그쳤다.

여행업 현장에서는 현장 나름대로의 고충을 털어놨다. 중국 인바운드 기항지 관광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광보여행사 손완 이사는 “쇼핑은 여행의 중요한 축으로 이를 없앤 상품은 오히려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며 쇼핑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적 접근을 경계했다. 단 무리한 쇼핑이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손 이사는 “마이너스 투어를 없애 한국 인바운드 여행사의 적정 수익 기반을 다져야 하고, 업계 차원의 자율정화 노력도 필요한데 현실적 여건상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별도의 자격제도 도입 등 모색해야
 
크루즈 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자격제도를 도입해 출혈경쟁과 이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자는 제안도 다수 나왔다. 롯데관광개발 백현 대표는 자격요건을 강화한 ‘크루즈 전문 전담여행사’를 지정해 기존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외국 크루즈선사와의 기항지 관광행사 전담계약을 소지한 여행사, 여행객 배상책임 보험한도 100만 달러 이상,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한 기준 등을 충족한 여행사 등으로 자격요건을 제안했다. 경기대 이경모 교수 역시 “기존의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가 크루즈 관광객 유치도 함께 다루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별도의 인증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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