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한 대형여행사에서 근무하다가 몇 년 전 독립해 이제는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근황을 물었더니 주저 없이 손가락 빨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엄살이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관광과에 진학한 아들 녀석 때문에 부아가 치민다, 과를 바꾸든지 학교를 바꾸든지 설득하고 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농담이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자신처럼 여행업계에 발을 들여 놓을까 노심초사하는 아버지의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얼마 전 한국고용정보원은 ‘2015 한국직업전망’에서 향후 10년 동안 여행 관련 종사자의 고용이 ‘다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196개 주요 직업 중 10년 뒤에도 일자리가 늘어날(증가+다소 증가) 것으로 보이는 96개 직업 중 하나로 여행업을 꼽은 것이다.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다는 게 고용 증가를 점치게 된 주요 배경이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고 나니 마냥 반갑지만도 않았다. 단순히 양적인 측면에만 국한된 전망일 뿐 질적 측면에서는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느낌에서였다. ‘여행사간 단가경쟁으로 덤핑투어를 하는 경우가 있다. 몇몇 대규모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소 여행사에 근무한다. 노동 강도가 높고 임금에 만족을 못하는 사람이 많이 이·전직이 잦다….’ 여행업계의 현실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적나라했다.

여행업의 낯부끄러운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고용 증가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일자리 숫자뿐만 아니라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로서 여행업의 고용이 증가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아들이 자신처럼 여행업계에 발을 들여놓을까봐 걱정하는 아버지들도 사라질 것이다. 

해답은 종종 문제 속에 있다. 괜찮은 일자리로 여행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낯부끄러운 현실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덤핑경쟁과 이에 따른 수익악화, 대형사로의 쏠림현상과 이에 따른 빈익빈부익부, 저임금 등 서로 물고 물리며 악순환을 형성하는 병폐들을 솎아야 한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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