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국내 구분 없이 휘청 거려
-중동 이외 해외여행 신규예약도 여파  
-여행 자체 꺼리는 분위기마저 감돌아 

여행업계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일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여파도 거세져 인·아웃·도메스틱 구분 없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자칫 2003년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때보다 더 사태가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다. 4일 현재까지도 향후 사태추이를 가늠할 수 없고 이렇다 할 대책도 없어 답답함만 커지고 있다. 
 
인바운드, 걷잡을 수 없는 취소

주로 아웃바운드 부문에 악영향을 미쳤던 2003년 사스 때와 달리 이번에는 인바운드 부문이 가장 먼저 영향권에 들었다. 한국 내 메르스 감염이 확산되고 사망자까지 발생해서다. 메르스 감염을 우려한 외국인 여행자들이 줄줄이 방한여행 계획을 취소하기 시작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해외지사 등을 통해 조사한 추정치에 따르면 6월1일 방한여행 취소자 수는 약 2,500명(중국 2,000명, 타이완 500명)이었지만 2일에는 누적치가 7,000명(중화권 6,900명, 기타 아시아 100명)으로 급증했다. 3일은 누적 1만1,800명으로 그 폭을 또 넓혔다. 하루새 4,800명이 취소했는데 중화권(중국 3,500명, 타이완 700명, 홍콩 200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본 인바운드 전문 A여행사 관계자는 지난 4일 “메르스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취소도 늘고 있으며, 신규예약도 감소했다”며 “규정대로 취소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는데 상황이 상황인 만큼 해외 거래처의 규정완화 요청 등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인바운드 업체는 더 심각하다. B업체는 “지금까지 예약된 물량의 80%가 취소됐다”며 “내부적으로도 이렇다 할 대책이 없고 정부나 관광공사도 아무런 지침을 주지 않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C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양쯔강 여객선 침몰 사고 보도로 한국 메르스 관련 보도는 조금 줄어든 것 같지만, 메르스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취소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여행 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학생단체 수요는 휴업하는 학교가 급증해 취소와 연기가 당연시됐을 정도다. 국내 학습여행 전문인 여행이야기의 경우 안전을 고려해 지난주 예정된 교육투어 행사 약 500명을 자진 취소 또는 연기했다. 
 
아웃바운드 성수기 모객 비상

해외여행 부문도 패키지, FIT, 상용 할 것 없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 메르스 발병지인 중동행 여행수요는 물론 중동 경유 유럽여행 수요도 취소나 취소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 중동계 항공사 관계자는 “경유지 스톱오버를 하지 않고 바로 유럽으로 가겠다는 문의와 일부 취소가 있지만 많지는 않다”며 “취소보다 신규예약이 감소한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메르스 발병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목적지들도 여파를 받고 있다. 이는 불특정 다수와 장시간 한정된 공간에서 보내야 하는 비행기 탑승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D여행사 본부장은 “규정대로 취소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더니 비행기 안에서 감염되면 책임질 것이냐고 따지는 고객이 많다”며 “취소보다는 안전에 대한 문의가 많아 그나마 다행인데, 신규예약이 현저히 줄었다는 점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행사에 따라서는 취소자가 대폭 증가하기도 했다. E업체의 경우 “메르스 확산 보도가 잇따르면서 취소자가 평소보다 50% 이상 증가했다”며 “특히 어린 자녀와 동반하는 가족여행객, 부모님 효도여행을 중심으로 취소가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패키지와 자유여행은 물론 상용수요도 출렁이고 있다. 상용전문 F여행사 본부장은 “출장의 경우 업무상 반드시 가야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는데 단체행사 등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미 중동행 행사 하나가 취소됐고 동남아로 가려던 기업체 행사 역시 일부는 취소되고 일부는 연기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여행·항공주도 하락곡선을 그렸으며, 홈쇼핑 여행상품 방영이 취소되기도 했다. 
 
“과잉반응 아닌지…” 하소연

취소가 이어지고 신규예약이 줄어드는 등 당초 예상보다 여행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면서 “정부의 미흡한 대응 때문에 소비자들의 막연한 두려움이 커져 과잉반응을 보이게 된 것 아니냐”는 하소연도 나왔다. 현재 상황으로는 한국이 메르스 최고 위험지역인데 해외여행까지 주저하는 지경으로까지 확산됐다는 이유에서다. D여행사 본부장은 “항공기내 감염 위험성 때문에 여행 자체를 꺼리게 된 것인 만큼 항공당국이든, 방역당국이든 기내 방역과 감염자 관리 체계를 보다 철저히 해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행업계는 이번주까지 지켜봐야 메르스로 인한 혼란이 진정될지 아니면 더욱 가중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사태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김선주, 신지훈, 양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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