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여파에서 벗어나 이제 장사 좀 해보려나 싶던 찰나에 메르스(MERS)에 발목 잡혔다는 하소연이 여행업계에 팽배하다. 정부와 언론은 방한여행을 취소하는 외국인 관광객 얘기만 늘어놓고 있지만 힘들기는 아웃바운드도 국내여행업도 마찬가지다. 취소도 취소지만 신규예약이 급감해 여름성수기를 코앞에 두고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2003년 사스(SARS) 확산 때의 악몽이 떠오른다. 당시 중국발 사스 확산으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철저한 방역 덕택에 국내에는 크게 확산되지 않아 인바운드와 국내여행 부문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해외여행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2003년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동안 내국인 출국자 수가 곤두박질쳤다. 4월에는 전년동월대비 하락 폭이 40%에 달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 역시 세계 금융위기 여파와 맞물려 여행업계에 고통을 안겼다. 2008~2009년은 경기침체와 신종플루 여파 등으로 여행업계는 IMF외환위기 때에 버금가는 절망과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여행업은 언제나 외부변수, 외생위기와의 싸움이었다. 1990년대 말 IMF외환위기를 출발점으로 굵직한 위기만 돌이켜봐도 2001년 미국 9·11 테러사건, 2003년 사스, 2004년 남아시아 지진해일, 2005년 조류독감, 2008년 세계금융위기, 2009년 신종플루,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4년 세월호 참사까지 줄을 잇는다. 이들 위기는 분명 고통스러웠지만 시련만 남긴 것은 아니었다. 위기 극복 뒤에는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른다는 깨달음을 남겼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위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여행수요가 일시에 회복됐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사례도 많았다. 신사업을 구상했고 직원 재교육에 나섰고 체질을 강화했다. 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위기 뒤를 대비한 것이다.

지금 당장의 위기가 크고 종잡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걱정과 한탄만 늘어놓고 있을 수는 없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응해 나가되 이 위기 뒤에는 보상과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게 힘을 얻는 길이기도 하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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