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로 인해 외국인 여행객들의 방한여행이 급감하면서 인바운드 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외래객 대상 ‘메르스 보상보험’ 출시를 계기로 인바운드 업계가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편주>
 
-KATA 외래객 대상 ‘메르스 보상보험’ 운영
-한국관광 안전성에 대한 최소한의 보증효과
 
예약취소 이어  7~8월도 ‘스톱’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로 인한 외국인의 방한여행 취소는 6월 들어 본격화됐다. 한국관광공사가 31개 해외지사를 통해 집계한 취소 현황 추이를 보면 6월 들어 취소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해 6월10일 1만6,750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며 이후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6월23일까지 누적 취소인원은 13만명에 달한다.<그래프> 
 

갈수록 취소 규모가 줄고 있지만 이를 긍정적 신호로 볼 수는 없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메르스 여파 감소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이뤄진 여행취소가 많은데다가 더 이상 취소할 예약자도 남아 있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 예약자들의 여행취소와 더불어 신규예약이 뚝 끊긴 결과다. 실제로 7~8월 예약상황은 전년동기의 20~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회원 인바운드 여행사를 대상으로 7~8월 외래객 예약상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8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지난해 7~8월 KATA 회원 여행사들은 112만9,536명을 유치했지만 올해 7~8월 예약인원은 20만2,541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른 손실액은 1,085억원(9,860만5,000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표1>
 
 
항공 수천편 취소…호텔블록 무용지물
 
메르스로 인한 인바운드 업계의 처참함은 지난 22일 KATA 주최로 열린 ‘외래관광객 대상 메르스 보상보험’ 출시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모두투어인터내셔널 장유재 대표는 “중국 인바운드 부문에서 7~8월은 작은 업체도 1만명 정도는 유치하는 성수기인데 메르스로 인해 신규예약이 없어 미리 잡아 놓은 호텔블록도 다 쓸모없게 되는 등 손실이 매우 크다”며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여행사도 늘고 있으며, 여행사뿐만 아니라 호텔, 면세점, 사후면세점, 식당 등도 모두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동남아 시장 전문인 대홍여행사 매복생 대표 역시 “6월 기존 예약은 계속 취소되고 7~8월은 신규예약이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만약 동남아 여행사들이 7~8월에도 한국상품을 판매하지 않으면 최소 6개월 동안은 매우 힘겨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항공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 두성국 상무는 “메르스로 인해 5월말부터 약 20일 동안 국제선에서만 10만명 정도 예약을 취소하는 등 인바운드 업계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내부 추정 결과 메르스가 7월 초순에 안정화되면 손실규모는 1,000억원, 한 달 뒤인 8월초에야 안정화되면 2,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권혁운 판매지원팀장도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어쩔 수 없이 중국, 동남아, 일본 순으로 대규모 공급조정을 하고 있으며, 남아 있는 운항편도 탑승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KATA 양무승 회장은 “대한항공이 300편, 아시아나항공이 150편 취소했고 중국계 항공사들의 취소편까지 합치면 수 천편에 이를 것”이라며 “여행사와 항공사, 호텔 등 관광산업은 물론 전 산업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보험’ 분위기 전환시킬까
 
방한 외래객을 위한 ‘메르스 안심보험’은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탄생했다. KATA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을 통해 ‘외래관광객 대상 메르스 보상보험’에 가입, 6월22일부터 9월21일까지 3개월 동안 운영한다고 밝혔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입국과 동시에 자동으로 가입되며, 20일 이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 500만원의 치료보상금을 지급 받고, 확진 후 20일 이내 사망시에는 1억원의 보상금을 받는다. 중동 방문자, 취업비자 소지자, 영주권자, 승무원 등 제외규정 해당자들은 제외된다. 총 보험료 3억7,000만원 중 1억5,000만원은 관광진흥개발기금 정부지원을 받았다. KATA 양무승 회장은 “2009년 신종플루가 국내에 유입했을 때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사망시 1억원을 지급하는 보험을 개발한 사례를 참고로 회원사들의 요청을 받아 보험 가입을 추진했다”며 “아무런 자구책을 강구하지 못하는 여행업계가 해외 현지 여행업계와의 마케팅 활동과정에서 한국의 안전성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증하는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최소한의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관광공사 나상훈 실장은 메르스 보험 추진 발표 이후 일었던 일각의 부정적 시각을 겨냥해 보험 도입취지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 실장은 “방한여행 안전성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어 여행업계와 정부 등이 공동 노력해 탄생한 것”이라며 “실제로 5월20일부터 6월15일까지 약 109만명의 외래객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메르스에 감염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인바운드 전문여행사인 유유케이투이 이의영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의 안전에 대해서 누구하나 보장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보험은 우리 쪽에서 뭔가 보장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르스 종식 후에도 대비 필요
 
메르스 안심보험을 통해 한국관광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고는 하지만 메르스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으면 효과에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인바운드 업계는 이미 7~8월 여름성수기까지는 희망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일본 등 다른 곳으로 이미 여행목적지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6월 중 메르스가 확실한 진정국면에 들어가면 9월 이후에 초점을 맞춰 유치활동을 벌일 수 있는데 그마저도 현재로서는 섣불리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 출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장기적으로 보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메르스 종식 이후 외국인의 방한여행 심리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메르스 종식과 동시에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시아나항공 두성국 상무는 “메르스가 안정화되면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나서 해외 여행사 및 언론사 초청 팸투어를 비롯해 해외광고홍보, 대규모 이벤트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높다”고 지적했으며, 모두투어인터내셔널 장유재 대표도 “동남아 5개국 여행사 대표들이 방한해 24일 한국 여행업계와 관광포럼을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서도 한국의 안전성에 대해서 강조할 계획”이라며 “해외 여행사들이 직접 와서 보고 갈 수 있도록 팸투어 등을 적극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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