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여행업 생태계 만들기…중소여행사 배려에서 시작 

중소여행사는 여행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반이다. 중소여행사의 몰락은 곧 여행업 생태계의  부실화를 의미한다. 대형사와 중형, 소형 여행사들이 각자의 고유한 색깔을 유지하면서 나름의 역할을 할 때 건전한 여행업 생태계는 탄생한다. 여행업계에 ‘중소여행사여서 억울하다’는 한탄보다 ‘중소여행사도 노력한 만큼 벌 수 있다’는 희망이 많아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중소여행사들의 건의사항과 바람을 모았다.<편집자 주>
 
TASF 부과, 대형사가 모범 보여야

중소여행사들은 공통적으로 ‘항공권 커미션 폐지 이후 수익이 저하되고 대형여행사에게 가격경쟁력을 빼앗겼다’고 입을 모은다. 항공권 수익을 대체할 대안으로 2010년 BSP항공권 TASF(Travel Agent Service Fee, 여행업무 취급수수료) 제도를 도입했지만 정착되지 못한 채 유명무실해졌다. TASF 부과 근거를 담은 ‘여행업법’ 제정안은 국회에서 수년째 계류 중이고, 여행업계도 이 규정이 확대 해석될 경우 자칫 여행상품의 수익률 상한선을 설정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제정 노력을 멈췄다. 항공권 커미션을 대체할 수익원은 마련되지 않은 채 대형 여행사들의 박리다매 전략이 확산되면서 중소여행사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하락했다. 발권량 규모가 큰 대형 BSP여행사들이 VI 수익만 노리고 TASF를 반영하지 않으니 중소여행사들이 항공권 발권에 TASF를 부과하기는 어림도 없는 상황이다. TASF 제도 정착을 위해 솔선수범하지는 못할지언정 경쟁적으로 ‘TASF 제로(0)’를 무기로 영업을 펼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중소여행사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협회 차원에서도 TASF 확산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불법여행사 언제까지 수수방관하나

온·오프라인 상에서의 무등록 불법 여행업 행위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산악회나 동호회를 빙자한 불법 여행업 행위는 고전적 수단이다. 이제는 온라인, 모바일 상으로까지 손을 뻗쳤다. 이들의 불법 여행업 행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여행사에게 간다. 중소여행사들은 마케팅 예산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 인터넷 카페에 소소한 홍보 글을 게시하거나, 기존 고객이 카페에 올린 후기를 통해 고객을 유치한다. 그런데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은 불법 여행사들이 온라인카페에 거짓 후기를 올려 모객을 하고, 고객의 돈만 챙겨 달아나는 사기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불법여행사들 때문에 정상적인 여행사들까지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당하게 등록하고 세금을 내며 영업하는 중소여행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불법 여행사의 온라인 마케팅 활동을 철저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당한 상담·서비스 수수료 캠페인

중소여행사들이 대형여행사와 차별화해 내세우는 점은 하나부터 열까지 고객에게 맞춰 상담해 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담만 받고 예약은 OTA를 통해 하거나, 인센티브를 한창 추진하다가 회사 내부 사정으로 돌연 취소하곤 아무런 비용도 치르지 않는 ‘먹튀’ 고객이 많다. 정식 여행사를 통해 여행상담을 받고 상품을 선택하면 그곳보다 더 할인해주겠다는 무등록 프리랜서 여행업자들도 활개치고 있다. 하루아침에 ‘여행 상담료’를 만들기는 힘들겠지만 여행사가 제공하는 상담업무를 무료로 인식하는 그릇된 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관련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장기적으로는 여행업무 취급수수료(TASF) 제도를 통한 여행상담료 제도화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용여행사 위한 항공좌석 정보 제공

중소형 상용·인센티브 여행사들은 매번 최소 15~20명 이상 그룹 발권을 하고 있지만 그룹좌석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중소여행사들은 대부분 BSP업체가 아니어서 특정 항공편에 대한 좌석 여유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것도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GDS상에 좌석이 없을 땐 급한 대로 적자를 감수하며 인디비 티켓을 발권하는데, 출발일에 임박해 저렴한 그룹티켓 물량이 갑자기 풀리는 경우도 많아 힘들다는 입장이다. 상용여행사들은 항공권 가격에 수익이 좌지우지되는 만큼, 항공사들이 중소여행사들에게도 GDS상에 제대로 노출되지 않거나 신속하게 반영되지 않은 항공좌석 정보를 제공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다.
 
연합 마케팅비용 지원

대형여행사들은 관광청, 항공사 등으로부터 비용을 지원받아 공동 마케팅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중소여행사들은 이러한 기회를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중소여행사들 중에서도 참신하고 의욕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를 가진 곳들은 관광청, 항공사의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달라는 제안이 많다. 유형이 비슷한 중소여행사 5~6곳 이상을 모아 연합 형태로 지원한다면, 대형여행사 못잖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