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패키지 여행상품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경우 생각보다 잦은 쇼핑센터 방문이 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해당 상품을 이용한 고객들의 불만과 이를 다룬 언론 보도도 상당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결과만큼은 항상 같다.

몇 일전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여행사를 통해 중국 타이항산을 다녀왔다고 밝힌 그는 격양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 일간지를 통해 ‘타이항산 29만원’이라고 적힌 광고를 봤는데, 저렴하고 좋다는 이야기에 상품을 구입해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상품 가격보다 더 비쌌던 현지 추가 옵션을 해야만 했다’는 것이 주 골자였다. 여기까지는 여느 소비자들의 불만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전화를 건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실제 여행지는 기대했던 사진 속 타이항산과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분명 다녀온 곳은 ‘중국’이었지만 온통 한국 관광객들뿐이었고 들리는 말은 모두 한국어였다. 현지에서 너무도 쉽게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한국 지폐까지 통용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피폐해진 여행지’였다. 그는 뒤이어 ‘이건 아니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한 여행지가 TV 프로그램과 같은 전파력 강한 매체를 통해 노출되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들(관련 여행지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들) 역시 그 효과를 바라고 있다. 증가한 수요만큼 공급이 늘어나고 여기에 각양각색의 상품이 뒤따른다. 서로 경쟁하기 위해 점점 더 저렴한 상품이 나오고 덕분에 소비자는 더욱 늘어난다. 그 목적지는 이름 하여 ‘뜨거운 곳’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편으로는 여행지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을 테다. 이유는 뜨거웠던 여행지를 다녀온 사람에게 그 곳이 어떤 기억으로 남았는지를 물어보면 될 것 같다. 수화기 너머 격양됐던 그의 이야기처럼 현지 음식보다 더 많은 한국 음식을 먹고, 현지 언어보다 더 많은 한국어를 들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가 바로잡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진짜 사진 속 여행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을지.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