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앱이 있다. ‘카카오택시’다. 기다리란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콜센터 전화를 붙잡고 있어야 할 필요가 사라졌다. 많은 콜택시 앱 중에서도 카카오택시가 유독 흥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리성과 신뢰성, 대규모 프로모션 등 결국 전략이다. 앱의 유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도를 높이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지금 막 걸음마를 뗀 국내 여행 앱의 활용도는 어느 정도 일까? <편집자주>
 
-미국 소비자 38%, 모바일로 여행 상품 구매
-‘있으면 좋은’ 것에서 ‘필수’로 인식…속속 개편
-통합 앱 보다는 개별 앱, 해외보다 국내 콘텐츠
 
 
 
온라인 매출 중 모바일 비중 20% 이상 차지

한국에서 모바일 앱 시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 여행 관련 앱이 등장하게 된 것은 1~2년 안팎이다. 다른 산업군과 비교하면 늦은 시작일 뿐더러 지금까지 아젠다 형성도 되지 않은 모습이다. 모바일 앱이 있긴 하지만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경우가 다반사며, 규모 있는 여행사임에도 모바일 앱이 없는 경우마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불모지였던 이 땅에도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여행 업계에서도 모바일 영역 개발에 점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PC기획팀에서 모바일까지 다뤘던 하나투어는 작년 11월 모바일사업팀을 꾸렸고, 최근(7월 경) 재정비를 거쳐 팀원 10명 가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두투어 또한 올해 모바일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에 따라 최근 항공앱을 새로 개편하고 론칭하기도 했다. 노랑풍선은 아직까지 모바일에 크게 집중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빠른 구동을 위해 무거운 정보성 콘텐츠를 덜어내는 작업을 마치는 등 조금씩 손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는 실제 모바일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는 데 기반한다. 인터파크투어의 경우 2013년 2월경 전체 매출의 11.7%였던 모바일 매출이 지난 2015년 1분기에는 31%로 성장했다. 항공권의 경우 지난해 전체 항공권 발권 매출의 30~40%가 모바일을 통해 이뤄졌다. 올해부터 모바일 앱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두투어는 “모바일 앱을 통한 예약이 12%다”라며 “지난 4월달부터 결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 수치는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하나투어는 “온라인 매출 중 약 22%가 모바일로 들어오며, 방문자 수는 약 35% 정도”라고 설명했다.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은 “온라인 창구에서는 PC를 통한 판매가 80%, 모바일을 통한 판매가 20% 비중”이라고 전하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수익 누계는 전년대비 100%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집계는 앞으로의 기대에 비하면 작은 수치에 불과하다. 모바일 성장률 추이가 PC를 넘어서면서 많은 여행사들이 모바일 투자 및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모두투어 웹개발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모바일이 있으면 좋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PC와 더불어 필수가 됐다”며 개발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항공 따로 호텔 따로’, 활용도 높이는 비결
 
그러나 모바일 앱을 만드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여행 테마별 다양한 앱이 출시되고 있지만 실제 이용률이 높은 앱과 그렇지 않은 앱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해외 상품보다는 국내가, 패키지 보다는 개별 앱의 이용률이 높다”고 전한다. 

세계 시장에서 보면 여행 앱 시장을 선도하는 분야는 호텔과 렌터카다. 여행 시장 리서치 회사인 Phocuswright에 따르면 모바일 예약의 성장 동력으로 호텔과 렌터카를 꼽았다. 국내 여행 앱도 다르지 않다. 국내 호텔 앱의 이용률은 해외 상품 이용률을 크게 앞서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는 인터파크투어의 국내 숙박 앱인 ‘체크인나우’다. 현재 기준 모바일 예약 비중이 70%로 여타 앱의 예약 비중을 크게 뛰어넘을뿐더러, PC 페이지를 통한 예약률 또한 역전한 상태다. 해외보다는 국내 여행이 접근성이 높고, 비용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하나투어는 기존에 해외 상품 위주로 모바일 앱을 꾸렸지만 근래 들어 국내 상품을 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투어 모바일사업팀은 “해외 호텔에서 특가가 나오고 국내 호텔에서 특가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국내 호텔에 예약이 걸릴 확률이 더 높다”며 “기존에는 해외 중심으로 앱을 구성했지만, 좀 더 접근성이 좋은 국내를 연동해 모바일 앱의 활용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통합 앱 보다는 개별 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패키지, 호텔, 항공 등 여러 상품을 하나의 앱에서 취급하는 경우 무게가 무거워질뿐더러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공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는 “여행자는 항공, 호텔 등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하나투어앱, 하나투어 호텔, 하나투어 항공 등의 개별 앱을 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깃도 중요하다. 모바일 여행 앱을 이용하는 여행자는 대체로 여성의 비율이 남성을 앞질렀고, 주로 20~30대에 포진돼 있었다. <여행박사>, <여행박사 후쿠오카> 앱 2가지를 운영하고 있는 여행박사는 남자 이용자가 29.6%에 불과했지만 여성 이용자는 70.3%에 달했다. 하나투어도 여성이 70%, 남성이 30%로 나타났다. 인터파크 또한 여성이 56%, 남성이 44%로 집계돼 여성 비중이 높은 편이다. IT기기라는 특성상 이용자 연령대는 젊은 편이다. 20~30대 비중을 살펴보면 하나투어는 68%, 인터파크투어는 76%, 여행박사는 79.6%로 나타나고 있다. 남성보단 여성이, 장년층보단 청년층이 타깃이 될 때 활용도가 높아지는 셈이다. 
 
결제·발권 과정 쉬워져야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여행’이라는 특수성이다. 여러 날짜, 여러 여행사의 일정을 비교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여행 관련 앱은 더욱 정교해야 한다. 이 경우 작은 화면 안에 최대한 간략하게 콘텐츠를 풀어내는 것이 관건이 된다. 과정이 복잡하고 길어질수록 이용자의 피로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모두투어 항공팀 관계자는 “모두투어 항공 앱은 최근 리뉴얼을 통해 페이지 넘김이나 스크롤 없이 한 화면에서 예약 과정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고 전했다. 

더 높은 산은 결제와 관련된 것이다. 여행업은 알선업이다. 주문한 항공과 호텔을 확정 예약하는 데는 PC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 예약을 걸어놓고 상담자와 연락을 한 후 최종 확정을 받는 것이 그것이다. 이미 해당 여행사가 블록을 받아둔 경우에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예외 없이 이 과정이 필요하다. PC와 마찬가지로 시스템 연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외국계 앱이 결제 후 바로 발권이 되는 편리함을 갖추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앱이 매우 취약한 부분일 수 밖에 없다. 항공권의 경우 GDS를 모바일 앱에 연동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여행사와 항공사는 타협점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 한 담당자는 “카드 수수료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합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답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커피 참아도 모바일은 포기 못해”
-한국 모바일 경제 2017년 400억 달러 돌파할 것
 
구글이 최근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인 BCG에 의뢰해 조사한 ‘글로벌 모바일 인터넷 경제의 성장(The Growth of the Global Mobile Internet Economy)’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7명 이상은 모바일 이용을 포기하는 대신 신문, 초콜릿, 패스트푸드를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10명 중 6명은 술과 커피도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생활에 밀접하게 녹아있는 다른 가치를 넘어서는 무게를 가지게 된 것이다. 

몇 가지 지표를 더 살펴보자.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74%로 77%인 호주에 이어 두 번째 순위다. 또한 전체 인구가 4G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2013년 모바일 경제 규모는 280억 달러(한화 약 31조700억원)로 한국 GDP의 2%를 차지했다. 모바일 인터넷이 도입된지 2년만의 기록이다. 오는 2017년에는 400억 달러(약 45조4,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 상거래 수익은 2014년 기준 45억달러(약 4조9,500억원)로, 15%이상 증가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13개국의 모바일 인터넷 수익은 2017년까지 연간 23%씩 성장해 1조5,500억 달러(약 1,720조3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시에 여행업계의 모바일 중요도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여행시장 리서치 회사인 Phocuswright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를 통한 여행 예약은 PC에 대적할 정도로 성장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여행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경우는 2012년 25%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38%로 늘어났다. 미국의 경우, 타블렛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예약이 2012년 5%에서 2016년에는 18%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고, 유럽 또한 2012년 6%에 불과했던 것이 22%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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