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이대로 ‘그들만의 여행’이 되고 말 것인가

여행시장의 중심이 패키지에서 FIT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여행정보가 넘쳐나고, OTA가 발달하고, 독립적인 여행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런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이 현상을 한 꺼풀 벗겨 보면 이런 의문이 드러난다. 패키지에서 FIT로 떠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정말 FIT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재의 패키지식 여행이 너무 싫어서, 그 대안으로 FIT를 선택하는 것일까.

슬픈 사실은 후자의 이유로 패키지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원치 않는 쇼핑을 끌려 다니고, 불친절한 가이드 때문에 마음 상하고, 고된 버스이동과 ‘번갯불에 콩 볶기’식 일정으로 채워진 패키지여행에 지칠 대로 지친 이들이 많다. 혹자는 패키지여행을 두고 ‘여행인지 극기 훈련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패키지는 다 그렇다더라’는 소문에 지레 겁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이처럼 오늘날 ‘패키지 여행’이란 이름에는 수많은 편견이 묻어 있다. 이대로 계속 가면 언젠가 여행객들에게 완전히 외면당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스러운 건 최근 기존 패키지의 단점을 극복한 ‘좋은 패키지’를 만들려는 노력이 업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비를 원가 이하로 책정하고 쇼핑 수수료로 수익을 메꾸는 일이 관행처럼 벌어지던 동남아·호주·뉴질랜드 상품이 ‘노쇼핑’이란 수식어와 함께 출시되고, 가이드 서비스 품질 관리를 위해 평가·포상제도를 시행하는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쇼핑물품 1주일 내 100% 환불
-한진관광 ‘호·뉴 쇼핑보증제도’
 
한진관광은 지난 5월부터 호주·뉴질랜드 일부 패키지상품에 대해 ‘쇼핑보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 패키지 이용객이 여행일정 중 쇼핑한 물건의 환불을 요청할 경우 1주일 이내에 구입금액의 100%를 환불해 주는 제도다. 원래는 요청 후 환불까지 8주에서 10주 정도 소요되고 환불 금액도 신용카드 수수료, 환불 수수료, 반품 배송료 등을 제한 나머지만 돌려줬었다. 

한진관광 송비석 대양주노선장은 “쇼핑 관련 고객 불만이 많은 호주·뉴질랜드 패키지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한진관광이 업계 최초로 시도한 것”이라면서 “불량품, 바가지요금 등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물건을 개봉했다 하더라도 100% 환불을 해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쇼핑보증제도 적용 상품은 ▲호주·뉴질랜드 남북섬 10일(419만원부터) ▲호주 시드니 일주 6일(174만원부터) ▲호주 시드니·골드코스트 6일(197만원부터) ▲뉴질랜드 남북섬 완전일주 7일(279만원부터) 등 4개다. 

이 중 ‘호주·뉴질랜드 남북섬 10일’ 상품은 쇼핑횟수를 기존 6회에서 3회로 줄인 ‘쇼핑축소상품’으로 내놨다. 송 노선장은 “원래는 쇼핑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면 상품가를 40~50만원 인상해야 하는데, 당분간 상품가를 인상하지 않고 한진관광 프로모션 비용으로 그 부분을 충당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기회에 고객들이 호주·뉴질랜드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리 잡는 ‘노쇼핑·노옵션’ 패키지
-‘다드림’, ‘몽땅포함팩’, ‘아임리얼’ 등
 
최근 2~3년 전부터 일부여행사들을 중심으로 쇼핑과 선택 관광 등 추가 경비가 전혀 없는 ‘노쇼핑·노옵션’ 패키지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하나투어는 ‘다드림’, 인터파크투어는 ‘몽땅포함팩’, 한진관광은 ‘아임리얼’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지역별로 관련 상품의 가짓수를 활발히 늘리는 모습이다. 일반 패키지상품보다 20~30% 이상 가격이 비싸지만,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고 재이용객들도 많아 꾸준히 모객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올해 1~6월 캄보디아 노쇼핑 상품의 모객이 전년 동기 대비 366% 늘었다. 작년엔 300여명에 불과했던 이용객이 올해 1,300여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의미 있는 수치다. 하나투어 홍보팀 관계자는 “작년부터 전사적으로 노쇼핑, 노옵션 상품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관광은 아임리얼 브랜드를 신상품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진관광 관계자는 “쇼핑센터 위주의 일정 때문에 상품 다양화가 힘들었던 지역도 노쇼핑으로 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서 “노쇼핑 상품은 제대로 된 지상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모객을 해주면 현지 랜드사와 가이드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 확실한 평가·포상으로 우수가이드 육성
-하나투어, ‘올해의 가이드’에 VIP 예우
 
가이드는 패키지여행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다. 하나투어는 가이드 서비스 품질 관리를 위해 우수 가이드 포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객들의 평가 점수와 홈페이지 내 고객게시판 칭찬·불만 글을 종합해 매달 지역별로 ‘이달의 가이드’를 선정한다. 이달의 가이드에게는 고객만족상과 함께 금배지를 수여한다.

2013년부터는 연간 점수를 합산해 ‘올해의 가이드’를 지역별로 1명씩 뽑아 시상하고 있다. 6,000명 중 단 6명만 선정하므로 경쟁률이 1,000대 1이다. 선정된 가이드들은 하나투어박람회에 맞춰 한국으로 초청해 VIP 예우를 해주고 감사패를 수여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불만 글이 하나라도 올라오면 선정될 수 없을 정도로 연중 내내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 ‘올해의 가이드’에 선정될 수 있다”면서 “우수가이드들이 하나투어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여유로운 패키지여행 모델 제시
-노랑풍선 ‘심슨 가족여행’
 
아침부터 밤까지 지나치게 빡빡한 여행일정도 패키지의 단점으로 꼽힌다. 노랑풍선은 최근 가족들을 위한 여유로운 패키지여행의 모델을 제시했다. 지난 3월 첫 출시한 ‘심슨 가족여행’ 브랜드다. 

심슨 가족여행은 기존 패키지상품의 바쁜 일정에서 벗어나 일정 중 가족들끼리의 여유를 즐기는 자유시간을 추가하고, 엄마·아빠·자녀 등 각 구성원에 맞춘 액티비티를 추천함으로써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이 되도록 만든 패키지다.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The Simsons)>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진부한 패키지의 이미지를 탈피했단 것도 신선하다. 현재 방콕·파타야, 발리, 제주신라호텔, 하와이까지 4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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