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로 방콕을 다녀왔다. ‘방에 콕’ 말고 진짜 태국 방콕 말이다. 편하게 놀고 쉬고 싶었으니 패키지 보단 자유여행을 선택했다. 대충 짜놓은 일정표는 휑했지만 가고 싶은 곳들은 많았다. 새롭게 뜬다는 골목, 아시아에서 제일 맛있는 레스토랑에 랭크된 맛집, 알음알음 인기를 얻고 있다는 스파, 그리고 쇼핑몰까지. 4박6일 일정이니 천천히 다녀도 다 둘러볼 수 있을 거라고 했던 건 착각이었다. 

사실 취재로 가는 출장에 익숙해져서인지 일정 짜기도 어려웠다. 가고 싶은 스팟은 많은데 동선이 엉망진창. 현지에서는 교통체증이나 비, 피로감 등의 이유로 기껏 짜 놓은 일정이 어그러지기 일쑤였다. 팸투어였다면 수십곳을 둘러봤을 법한 4박6일이지만 자유여행으로 도전한 이번 여행에서는 찾아간 곳이 손에 꼽을 정도다. 여행 자체는 좋았지만 한편으론 허탈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사실 정보는 많았다. 그러나 선별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레스토랑만 하더라도 좋다는 곳이 수십개인데 그중에서 어딜 가야 할지 선택이 어려웠다. 자유여행으로 처음 도전한 방콕이니 익숙하지 않은 길을 익히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이래서 패키지를 가는 구나’ 이해가 됐다. 젊은 사람들의 패키지 이용이 크게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파고들 틈새는 있었다. 한 번 제대로 구경해보고 싶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를 위한 시간이 없고, 현지 여행에 자신이 없는 여행자들에게 패키지는 분명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극복하기 힘든 것은 패키지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였다. ‘중장년층이 이용하는 상품’이란 고착화된 이미지 말이다. 젊은 사람들이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이미지가 상품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옷을 어떻게 입는지에 따라 사람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듯이 말이다. 젊은 패키지를 기대하는 이유는 이러하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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