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들이 구성한 사실상의 1호 여행업 협동조합 ‘트래블쿱’이 8월1일 베타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오는 8월15일에는 홈페이지를 공식 론칭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여행 부문에서의 협동조합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편집자주>
 
 
총 31곳 참여, 상품 수 300여개 달해

지난 4월10일 ‘한국여행업협동조합’이 서울시의 협동조합 설립인가를 받고 ‘트래블쿱’이란 브랜드로 공식 출범했다. 초대 이사장인 혜초여행사 석채언 대표를 비롯해 TP마케팅 변동현 대표, 신흥항공여행사 이제우 대표, 세계로여행사 지두훈 대표, 트래블패스 김용동 대표, 허클베리핀 고진석 대표, 핀소프트 방준 대표, 월드스팬 변영호 팀장 등 8명이 설립이사로 참여했다. 자본 금은 5억원이다. 

여행 상품 플랫폼을 지향하는 트래블쿱은 조합원들이 상품을 등록하고 소비자들은 등록된 상품을 구매하는 공간이다. 중소 여행사가 비용 부담 등으로 단독으로 하기 힘들었던 시스템 구축, 대외 마케팅과 홍보, 고객관리 등을 트래블쿱을 통해 공동으로 이용한다.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모아 공동의 시스템을 만드는 덕분이다. 조합원은 1좌당 100만원인 출자금만 납부하면 가입할 수 있다. 한 곳의 조합사는 전체 출자주수의 30% 이상을 가져갈 수 없고, 의결권은 출자주수에 상관없이 1표다. 

전에 없던 모델에 업계의 관심도 뜨거웠다. 지난 5월14일 열린 트래블쿱 설명회에는 업계 관계자 수십여명이 참여해 비전을 엿봤다. 이후 참여의사를 밝힌 총 31곳의 조합원들이 모여 차후에 가진 워크숍에서는 8곳이 정식 조합원으로 추가 가입했다. 현재 트래블쿱은 총 16개 정식 조합원과 15곳의 예비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트래블쿱의 모든 조합원들은 분과에 소속된다. 상품운영심의, 마케팅, 경영지원, 시스템, 대외협력 등 5개 분과로 나눠져 있고, 이사장들과 조합원이 유기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각자의 활동방향을 정하는 방식이다. 석채언 이사장은 “조합사로 들어오면 필수적으로 분과 한 곳에 소속돼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했다”며 “조합에 기여함으로서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사이트 오픈 목표일은 7월1일이었으나 미뤄져 지난 8월1일 베타 사이트가 오픈됐다. 8월 초 약 180개 상품이 업로드 됐고, 추가될 상품은 100여개에 달한다. 상품은 불필요한 쇼핑이나 옵션을 제외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정확한 정보와 함께 전달된다. 석 이사장은 “쇼핑이나 옵션이 필요하다고 하면 필요성에 대해 타당한지 검토한다”고 설명한다. 가격 덤핑을 막기 위해 상품 마진 가이드라인도 10~15%로 잡아갈 예정이다. 현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는 해당 조합사에 책임을 묻고 페널티를 물거나 탈퇴를 시키는 규정도 준비 중이다. 

오는 15일 웹페이지 공식 오픈 시기에는 상품 규모가 중견 여행사 못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홍보대행사를 통해 블로그 및 SNS 홍보를 시작하고, 기자간담회를 가져 이슈화도 노린다. 캐치프레이즈는 ‘제값하는 행복한 여행, 트래블쿱’이다. 
 
의견갈등 수렴하고, 가격 경쟁력 잡아야

협동조합은 개별 업체가 모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에서 일반 조합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차이점 또한 극명하다. 조합원의 권한 부분이 가장 크다. 일반 조합은 지분에 따라 의결권이나 배당금액이 달라지지만 협동조합은 지분과 상관없이 의결권은 1표, 배당은 실적에 따라 받는다. 초기 출자금이 적더라도 동등한 권한을 부여받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의 많은 부분은 여기서 비롯된다. 여태껏 있었던 조합들이 실패하거나 유명무실해진 데는 형평성 문제가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조합사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잔존하고 있다. 의결권과 관련한 부분은 강점이면서도 동시에 약점이 될 수 있다. 의결권만 행사하려는 무임승차나, 반대로 출자금이 많은 조합원의 투자의지가 꺾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여느 공동체들과 마찬가지로 내부의 수많은 목소리를 통일시키는 것이 어렵다. 많은 연합체, 조합들이 시작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추진력을 얻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내부적인 의견갈등이다. 협동조합 또한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석 이사장 또한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서로 다독이며 의견을 통합해 나가고, 동시에 리더십도 발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래블쿱 자체적으로는 상품 일정이나 가격면에서 특별한 경쟁력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가격 덤핑을 지양하고 제값을 받고 좋은 여행을 하자는 것이 취지이긴 하지만, 경쟁에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석 이사장은 “특별하게 가격 차이, 일정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트래블쿱은 공동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조합사들이 개별 마케팅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 중, 여행 후 관리 감독을 좀 더 철저하게 진행해 질적인 부분에 좀 더 주력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협동조합은 또 다른 답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높다. 갈수록 규모의 경제가 커져가는 여행 시장에서 공동 대응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계속 논의돼 왔던 문제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키워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직접 운영하고, 이를 통해 원동력을 확보한다. 또한 소자본으로도 투자와 재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협동조합만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여겨지고 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기업형부터 소규모 협동조합까지 유럽에선 이미 활발 

여행과 관련한 협동조합은 트래블쿱 외에도 국내에 다수 운영되고 있다. 경북 안동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북관광진흥협동조합’도 그중 하나다. 브랜드는 ‘온고’다. 지역 관광 진흥을 위해 설립된 온고는 여행사, 숙박업체, 음식점, 식품제조업체 등 17개 조합원이 참여한다. 안동의 다양한 즐길거리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동시에 상품의 질을 높여 만족도 높은 여행을 제공한다는 것이 설립 취지다. 웹페이지(www.gbtour.kr)를 통한 예약도 꾸준히 들어오는 상황이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숙박업체인 ‘아이엠 레지던스 & 게스트하우스(iamvillage.com)’는 지난 2014년 6월 직원형 협동조합으로 설립됐다. 직원형 협동조합은 직원이 곧 조합원으로 구성된 것을 말한다. 일반 여행자 투숙은 물론 장기 렌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우수숙박시설 ‘굿스테이’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에 협동조합의 개념이 자리 잡게 된 것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실시된 지난 2012년부터지만, 유럽의 경우엔 그 역사가 더욱 깊다. 유럽에서 현대식의 협동조합이 구성되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부터일 정도다. 지역 기반 업체부터 국제적으로 발을 넓혀가는 규모 있는 협동조합도 다수다. 국제협동조합얼라이언스(International Co-operater Alliance, 이하 ICA)에 따르면 ICA에 가입된 협동조합 수는 전 세계 94개 국가에 283개 업체다. 개인으로는 10억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행 관련 협동조합도 여러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협동조합여행사(The Co-operative Travel)는 영국 유명 여행 그룹인 토마스쿡(Thomas Cook) 그룹과 센트럴잉글랜드협동조합(Central England Co-operative), 협동조합그룹(The Co-operative Group)이 함께 참여한 여행사다. 모태가 된 이들은 영국여행협회인 ABTA(Association of British Travel Agents)에 가입돼 있고, 항공여행오거나이저 라이센스(Air Travel Organisers Licence)인 ATOL도 취득하고 있다. 크루즈, 스키, 맞춤여행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여행만을 단독으로 하지 않고, 협동조합 내에서 여행 카테고리를 두는 경우는 더욱 흔하다. 불가리아의 센트럴협동조합단체(Central Cooperative Union)는 무역, 농업 등과 함께 여행도 다룬다. 상품보다는 지역별 호텔들이 참여했다. 그밖에도 유럽 내 많은 협동조합들에서 여행 카테고리를 찾아볼 수 있다. 여행 전문가들이 개별로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고 의뢰인에게 일정이나 목적지를 소개해주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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