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전문 H여행사 L대표는 1975년 국내여행안내사(당시 명칭은 국내여행안내원’)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 자격증을 취득했다. 뿌듯하기 그지없는 제1호 국내여행안내사 자격증인데 갈수록 홀대만 심해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민다고 한다. 

국내여행안내사는 내국인의 국내여행을 안내하고 돕는다. 외국인의 한국여행을 안내하는 관광통역안내사, 내국인의 해외여행에 동행하는 국외여행인솔자와 함께 인-아웃-도메스틱 3대 여행안내 축 중 하나를 책임진다. 하지만 L대표의 말마따나 대내외적 인식이나 평가에서는 한참 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광통역안내사와 국외여행인솔자가 각각 자신들의 이익대변을 위한 구심점으로 각각 협회를 구성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인가를 받아 활동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여행안내사는 아무런 구심점이 없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그러니 권익보호 또는 확대가 제대로 이뤄졌을 리가 없다. 

외국인 관광객 안내는 반드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소지자가 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여행안내사 고용 또는 이용은 그저 권고될 뿐이다. 대다수 여행사들이 인솔자 배정시 국외여행인솔자 자격증 보유를 기본 중의 기본으로 보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이러니 국내여행안내사 자격증은 무용지물이라는 얘기가 서슴없이 나도는 것 아니겠는가. 실제로 국내여행안내사 자격시험 응시자(2차 면접시험 기준) 수는 최근 5년 내내 1,000~1,500명 사이에서 정체돼 있다.
 
국내여행안내사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다. 여행사를 통한 국내여행 수요가 전체의 3~4%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더 말해 뭣하겠는가. 그럼에도 국내여행안내사 활성화 필요성을 운운하는 이유는,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조만간 명맥이 끊기고 말 것 같은 국내단체여행을 되살리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조금만 지원하고 배려한다면 우리나라 관광자원에 정통하고 뛰어난 안내능력을 지닌 국내여행안내사가 다수 배출되고, 이들은 위기에 처한 국내단체여행을 되살리는, 소비자의 발길을 다시 여행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여행안내사협회’ 설립을 위한 작은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 반갑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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