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발 날짜를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여행 상품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여행사의 과도한 공급 경쟁이 긴급모객의 증가로 이어졌고, 여행사 관계자들은 이는 곧 수익저하·시장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편집자주>
 
-하나투어, 8월10일까지 전년대비 ‘88% 증가’
-출발 임박까지 가격 떨어지길 기다리는 소비자
-여행사, 수익저하·시장악화 알지만 포기 못 해

항공 공급 증가는 ‘상품가 하락’으로

B씨는 얼마 전 아내와 사이판을 다녀왔다. 여행 상품을 구매하기 전 B씨는 수시로 사이판 여행상품 가격을 살폈다. 7월20일경 출발을 목표로 상품을 찾던 중 약 열흘 전인 7월10일 평소보다 5만원 이상 저렴해진 사이판 상품을 발견했다. 그 시기를 놓치지 않은 B씨는 바로 상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B씨가 이용한 상품은 출발 이틀 전 남아있는 두 좌석에 대해 약 20만원까지 가격이 저렴해졌으며, 남은 두 좌석은 출발 날짜를 ‘이틀’ 남겼음에도 바로 판매됐다.
 
노랑풍선, 전 지역 100% 이상 증가

최근 긴급모객, 즉 출발 날짜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채 예약하고 여행을 떠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 8월1일부터 10일까지 예약자 중 8월 출발하는 여행상품을 예약한 소비자는 약 2만8,000여명으로 이는 전년 동기간(2014년 8월1일~10일)과 비교했을 때 무려 8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준으로 전년 1~7월 예약자와 올해 1~7월 예약자를 비교하니 평균 19% 증가했다. 메르스로 인한 여행수요가 8월 성수기에 몰려 유난히 8월 예약자가 많아졌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출발 날짜에 임박해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하나투어 조일상 과장은 “출발일 기준 한 달 이전부터 상품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긴급 모객’이 증가한다”며 “소비자에게 출발일에 임박하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저렴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각인돼 구매 시기가 늦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모두투어 역시 7월 예약하고 7월에 여행을 떠나는 소비자가 전년 대비 7.6%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중 일본의 경우 5월에는 53.6%까지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모두투어 홍보팀 원형진 과장은 “전반적으로 월별 성장률과 비교하면 긴급모객은 저조한 상태”라며 “SNS, 소셜, 홈쇼핑 판매의 증가 및 긴급 모객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노랑풍선의 경우 7월을 기준으로 전 지역 긴급모객이 전년 대비 평균 100~200% 증가했다고 전했다. 노랑풍선 마케팅팀 이태엽 대리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 모든 지역이 1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고, 특정 지역에 있어서는 200%까지 올라간 곳도 있다”고 전했다. 내일투어 역시 단거리 지역은 평균 15%, 장거리 지역은 5%정도 증가했다고 전해 긴급모객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항공 공급에 판매 창구까지 ‘증가’

긴급모객이 뚜렷하게 증가한 지역은 대부분 일본과 태국, 필리핀 같은 동남아 지역이다. 이들의 특징은 주말을 활용하면 하루, 이틀 연차를 내고 2박3일, 3박4일 패턴으로 충분히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능한 단거리라는 것이다. 여기에 중·단거리를 중심으로 저비용항공사(LCC)의 취항이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항공 공급이 증가했다. 증가한 공급 주체가 대부분이 LCC다 보니 상품가격 역시 낮아졌다. 하나투어에서 판매하는 ‘2박3일 오사카 상품’ 중 9월1일 출발하고, 모든 일정이 같은 상품을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OZ)을 이용하면 70만5,900원이지만 진에어(LJ)를 이용하면 61만2,200원이다. 항공 가격으로만 9만원 이상 차이난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유류할증료 인하, 엔저 현상까지 이어지면서 여행 수요 증가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소비자가 손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여행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창구의 증가도 한 몫 했다. 홈쇼핑은 물론 소셜커머스, SNS,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여행상품이 판매됐고 출발시기가 다가와도 판매되지 않는 상품들은 ‘땡처리’ 개념으로 가격을 낮춘 채 이러한 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즉흥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극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여행 상품의 정보를 여행사로부터 제공받는 경우도 많아졌다. 특가 상품, 출발 임박 상품이 나오면 메일링 서비스부터 SMS, 스마트폰을 이용한 메신저, 앱을 이용한 푸시(알림) 서비스 등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하기도 한다. LCC의 B2C 마케팅이 활발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에어의 진마켓은  동계·하계 스케줄에 맞춰 특가로 항공권을 판매했고 에어아시아는 3일, 홍콩익스프레스는 단 하루 반짝 초특가 판매를 진행하기도 했다. 판매가 저조한 날짜의 경우 티몬, 쿠팡 등과 같은 소셜커머스에서 얼마든지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다.
 
낮은 수익·시장 악화, “그래도 팔아야…”

여행사 관계자들은 긴급 모객은 ‘지양’해야 하는 모객 형태라고 입을 모은다. 출발일이 임박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미리 구매한 항공좌석을 채우고, 송출 인원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정작 중요한 ‘수익’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긴급 모객’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행사 역시 긴급 모객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눈앞의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압박에 지속적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심지어 판매 영역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과거 ‘땡처리’는 여행사에서는 판매하지 못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창구로, 소비자는 생각지도 못한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인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긴급 모객’의 패턴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예약을 늦게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수용태도도 변한 것이다. 

모두투어 홍보팀 원형진 과장은 “당월예약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비슷한 상품을 타사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면 그 가격대에 맞춰야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가격을 내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극성수기를 제외한 대부분 시즌, 특히 비수기에는 수익성 악화는 물론 전반적인 상품 가격을 하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투어 조일상 과장 역시 “출발에 임박해서 수익을 낮춰가며 상품 가격을 낮추는 것 보다 애초에 상품가격을 적정한 수익선으로 맞추고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면서도 “소셜, 홈쇼핑 등의 상품 판매 루트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시장 전체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내일투어 마케팅팀 도선미 대리는 “당월 출발하는 고객에게 해달 월에 맞는 혜택 등을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등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행사 입장에서는 선 모객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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