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행신문>의 여름휴가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달랐다. 기자 8명 중 4명만이 사실상 ‘여름’에 속하는 7, 8월에 여름휴가를 썼다. 그것도 띄엄띄엄. 휴가철이 한창인데도 사무실에 기자들이 꽉 차 있을 때가 더 많았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기자들은 7월 초 창간특집호 마감이 끝나기 무섭게 앞 다퉈 휴가를 떠났다. ‘누가 제일 먼저 가느냐’ 눈치 싸움도 있었고 ‘7말8초’ 선점 경쟁도 치열했다. 그랬던 것이 작년엔 9월에 휴가를 가겠단 사람이 생겼고, 급기야 올해는 10월에 쉬겠단 사람이 둘이나 나왔다. 7말8초는 어느새 기피하는 기간이 됐다. ‘그때는 너무 비싸다’는 게 이유였다.

여행업계를 취재하면서 여름을 나고 보니 이런 풍경은 <여행신문>만의 것이 아니었다. 올해는 6월에 이른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많았고 7말8초 쏠림 현상도 크게 줄어, 갈수록 성수기·비수기 구분이 의미 없어지는 것 같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런 분위기는 추석연휴 모객 동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연차 3일을 더 붙이면 총 9일까지 쉴 수 있는 추석연휴가 있는데도, 3일짜리 10월 한글날 연휴 예약이 훨씬 인기라고 한다. 2~3년 전엔 조기예약하지 않으면 없어서 못 구하던 추석연휴 여행상품이 식은밥 신세로 전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족집게처럼 ‘이거다!’하는 이유를 집기는 어렵겠지만, 분명한 건 여행객들의 성향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7말8초가 아니어도 휴가를 떠날 의향이 있고, 추석연휴가 아니어도 장기간 휴가를 낼 수 있는 기업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누구나 갈 수 있을 정도로 해외여행이 보편화됐고, 포털사이트 검색 한 번에 추석연휴 여행경비가 평소보다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명절 연휴에 요금을 크게 높여 놓고 ‘왜 못 파느냐’며 여행사를 힐난하는 항공사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금쯤 소비자들이 어디쯤 앞서 있는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가고 있는지, 여행업계는 어디쯤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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