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새삼 느끼는 것이 있다면 영원한 ‘갑’은 없다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한 여행사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언젠가 항공사에서 진행하는 여행사 팸투어에 갔는데, 옛날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라. 주요 여행사 참가자들은 등을 꼿꼿하게 펴고 다니고, 항공사 사람들이 그들을 옆에서 모시기 바빴다.” 

근래 들어 여행업계에 천천히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분위기다. ‘갑’이었던 항공사들이 여행사의 눈치를 본단다. 챙겨주는 대로, 혹은 식은 떡도 먹어야 했던 ‘을’ 여행사들은 이제 항공사와 ‘밀땅(밀고 당기기)’을 한다고. 심하게는 ‘이제 여행사가 항공사에 갑질 한다더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여행사 사람들이 항공사의 갑질에 힘들다고 분통을 터트리던 것이 1~2년 전인데 말이다.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었던 모양이다. 

이런 변화는 주요 여행사가 항공권 판매의 주도권을 가져가게 되면서 부터다. 이들이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볼륨 파워를 가지게 됐으니 자연스럽게 이들에 대한 항공사의 의존도도 높아졌다. 사이가 틀어지면 항공사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가장 안정적인 매출 창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알아 모실 수밖에. 

그러니 항공사들은 새로운 판매 채널 확보를 위해 애를 쓰고, 동시에 여행사들은 더 편리하고 좋은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항공권을 판매하려고 애쓴다. 각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방향이다. 그러나 아시겠지만,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것은 새우다. 고래 둘이 항공권 발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나머지 다수의 여행사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파이를 조금조금 나눠먹는 형국이 됐다. 경쟁이 더욱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누구의 말마따나 누가 갑이건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제 힘들었던 새우는 오늘도 힘든데 말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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