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S(Global Distribution System)업계가 시끄럽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주요 판매대리점을 대상으로 내놓은 신규 판매정책 때문이다. 각각 한진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동 계열사인 토파스와 애바카스를 너무 대놓고 밀어주고 있다는 불만에서부터, 애꿎은 여행사만 항공사 눈치를 보게 됐으며, 피해자도 발생하게 생겼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KE, 토파스 외 GDS 하위 클래스 조회 제한
-OZ, 애바카스 외 판매채널 이용 ADM 부과
-타 GDS 및 여행사는 항공사 눈치, 피해만
 
 
우리 항공사는 우리 계열사 시스템으로
 
최근 본지가 입수한 대한항공 문건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계열인 토파스여행정보의 GDS인 토파스 셀커넥트 외 GDS에 대하여 대한항공의 하위 클래스의 조회 등을 제한하여 예약을 금지시키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문건을 통해 “10월1일부로 적용되는 당사 ‘한국지역 Private 운임 부킹클래스 POS 제어방식’ 변경에 따라 구주노선(K·L·U·Q), 중앙아시아(K·L·U·Q), 중동(두바이 K) 노선은 10월1일부로, 미주(K·L·U·Q·N)노선, 대양주(K·L)노선은 10월15일부로, 동남아(JKT제외: K·L·U·Q·N, JKT: E·K·L·U·Q·N)노선, 일본(L·U·Q·N)노선은 10월20일부로, 중국(K·L·U·Q)노선은 11월3일부로 당사 모든 FLT의 Availability/Sell을 제한해 예약(대기예약 포함)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 문서를 받은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문서가 대한항공의 정식공문은 아니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로부터 받은 것이다.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있으나, 이 조치를 행하는 취지와 구체적인 방법은 설명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토파스 영업담당자로부터 10월1일부로 타 GDS상에 해당 클래스가 막힌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과 관련해 대한항공과 토파스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계획된 것도 없으며 소문인 것 같다. 그러한 문건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토파스 한 관계자도 “시스템 상 변화가 있다면 알아야하는 것이 당연하나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월1일 오전 타 GDS를 통해 실제로 확인해본 결과, 대한항공이 밝혔던 해당 노선 및 클래스들은 순차적으로 제한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은 여행사 측에 공문을 통해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자회사 아시아나애바카스의 GDS인 애카바스 외 일부 판매채널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조회, 예약, 발권 등을 진행하는 대리점에게 ADM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대리점의 원활한 예약 진행을 돕고자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 A여행사 항공팀 팀장은 “한마디로 아시아나항공의 모든 예약과정은 애바카스를 사용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GDS 업계에 따르면 토파스와 애바카스의 GDS 시장 점유율은 각각 40%대 후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은 토파스와 애바카스가 각각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절대적이다. 두 GDS사 모두 계열 항공사의 든든한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GDS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내놓은 판매정책은 그 점유율을 더욱 늘려가겠다는 얘기다”라며 “응당 시장 점유율을 더욱 늘려야하는 것은 회사의 당연한 목표이며, 계열사를 도와주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 일 수 있겠으나 이 같은 판매 정책은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두장 팔겠다고 사용료 내야하나…
 
‘계열사 밀어주기’ 식의 판매정책은 결국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두 항공사의 주요 판매대리점인 여행사에서는 애꿎은 피해를 보게 생긴 것이다. 대형 여행사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토파스, 애바카스, 갈릴레오 등 대부분의 GDS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한가지의 GDS를 사용하고 있는 중소 여행사의 입장은 다르다. GDS 사용료조차도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번에 대한항공에서 공지한 클래스들은 모두 레저시장에서 중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할인항공권의 클래스다. 이 클래스를 타 GDS를 통해 조회조차도 할 수 없다는 것은 곧 ‘판매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판매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한 중소여행사 관계자는 “대한항공 판매량이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들어오는 예약을 고객에게 ‘우리는 팔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타 GDS를 막는다는 것은 곧 토파스를 사용하라는 것인데, 티켓 몇 장을 위해 애꿎은 사용료만 지불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대표는 “주로 타 GDS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판매해오다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의 공지에 피해를 볼까 싶어 모든 직원들에게 애바카스를 이용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토파스와 애바카스가 자사 GDS의 단점을 보안하고 경쟁력을 키워나가며 점유율을 늘려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열 항공사의 위치를 이용해 판매량을 늘려나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GDS사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시스템을 개발하며 시장을 선점해나가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라며 “양사를 보면 투자를 통한 점유율 늘리기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계열 항공사가 독점적으로 예약수요를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GDS 관계자는 “여행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항공사에서 정책을 공지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우리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판매 계약을 한 하나의 판매채널임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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