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아 작은 것 하나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여행 이틀째 되던 날의 쇼핑이 입국 때까지 날 괴롭히고 말았다. 한국에서부터 눈여겨봤던 패딩 점퍼를 구매했는데, 그만 국내 면세한도인 600달러를 넘어버린 것이다. 이때부터 자진신고와 모르쇠의 갈림길에서 고민은 계속됐다. 

관광지와 맛집을 검색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세금을 피할 수 있을지 인터넷을 뒤적였다. 온라인상에서는 세금을 피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공유하고 있었다. ‘염치불구하고 다른 여행자에게 잠시 자기 것인 것 마냥 들고 나가달라고 부탁하라’는 방법부터 ‘국내에서 산 것이라고 끝까지 우기기’, ‘현지에서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라고 우기니 통과 됐다’는 등 다양한 사례가 넘쳐났다. 여행을 함께 다녀온 친구나 가족에게 면세품을 대신 들고 나가게 하는 여행자도 있는가 하면, 면세한도가 초과된 술이 걸리자 그 자리에서 술병을 깨버렸다는 승객도 있었다고 하니 천태만상이다.

결국 입국장에 들어서며 자진신고를 하고 감면된 세금을 냈다. ‘세금 피할 방법을 궁리하지 말고 속 편히 여행하자’는 어머니의 한마디가 컸다. 괜히 세관에 걸려 여행을 망쳤다는 아들의 투덜거림은 듣고 싶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지난 1월1일부로 상향조정된 면세한도 600달러를 놓고 여전히 ‘높다’는 의견과 ‘충분하다’는 의견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하니 세금을 피할 수 있었다’는 다양한 사례들은 지금도 업데이트 중이다. 그러나 세금을 피하는 방법을 생각하기 전 어쩌면 먼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내야할 세금을 면해주는 것이 면세일 뿐, 그 의미가 절대 면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행자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여행’이다. 여행을 잘 ‘소비’하는 것과 여행가서 ‘소비’하는 것엔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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