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비는 마을, 송당’이 제주의 새로운 에코·힐링여행 콘텐츠로 떠올랐다. 
제주관광공사는 마을관광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송당 마을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 ‘소원 비는 마을, 송당’이라는 BI를 도출했다. 송당리가 제주 신화와 오름의 본고장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제주 중산간 마을의 청정자연과 스토리가 어우러져 다른 마을과는 차별화된 에코·힐링 여행지로 주목 받고 있다.
 

제주도 신화와 오름의 본고장
 
송당리 마을은 제주시 구좌읍의 중산간에 자리 잡고 있다. 구좌읍의 여러 마을 중에서 한라산 정상과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900여 년 전 마을이 생겼는데 제주도무형문화재 제5호인 ‘금백조 신당 당굿’이 계승되고 있을 정도로 제주만의 문화와 민속적 색채가 진하다. 금백조 신당 안에 오래된 소나무가 있어 다른 마을 사람들이 큰 소나무가 있는 집이라는 뜻으로 ‘송당’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마을에는 영화 ‘이재수의 난’ 촬영장소로 유명한 아부오름을 비롯해 돗오름, 성불오름, 당오름 등 공식적으로 18개의 크고 작은 오름이 있어 제주 오름의 본고장으로서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도 크다. 오름과 오름 사이에는 광활한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어 천혜의 목장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목장인 송당목장이 이곳에 있는 이유다. 마을 주변으로도 비자림, 김녕미로공원, 짚라인, 제주아트랜드, 송당승마장, 메이즈랜드 등 관광명소가 즐비하다.  
 
‘소원 비는 마을 송당’ 탄생
 
제주관광공사는 주민주도의 지역밀착형 관광 활성화와 이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송당 마을 주민들과 올해 초부터 송당 마을관광 차별화 방안을 궁리해왔다. 제주관광공사와 마을 주민들은 다른 마을과 가장 차별화할 수 있는 송당 마을만의 상징으로 제주 당굿 본향당이라는 문화적 상징과 오름이라는 자연적 상징에 주목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마을 관광 활성화의 핵심 콘셉트로 ‘소원 비는 마을, 송당’을 도출하고 BI도 개발했다. 마을관광 활성화는 물론 콩과 더덕, 약초, 감자 등 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 판매에도 적극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새로운 에코·힐링 여행 제안
 
올해 7월 제주관광공사와 마을 주민들은 ‘소원 비는 마을 송당 열림 마당’ 행사를 열고 대내외에 송당 마을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선착순 150명으로 꾸린 참가자들은 송당 마을의 청정한 자연환경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소원을 빌면서 몸과 마음의 힐링을 추구했다. ‘송당 마을 탐방길’을 직접 걸었는데, 금백조본향당 앞 동백나무 길에 이르러서는 고풍스런 느낌으로 제작된 소원종이(Wish Paper)에 자신만의 소원을 적어 이곳에 마련된 소원나무(Wish Tree)에 매다는 체험도 만끽했다. 마을 주민들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송당 음식 시식회를 열어 송당 마을의 에코 힐링 체험에 음식을 가미했으며, 송당의 주작물인 콩과 더덕, 감자 등을 직접 체험하는 농장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 신화와 오름의 본고장인 송당리에 오면 마음 속 소원이 이뤄진다는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송당 마을 곳곳을 체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고, 송당 마을 주민들은 “송당 마을은 제주문화와 자연을 상징하는 마을로 주민 모두가 마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걷다 먹다 오르니 소원도 이뤄지네

송당 마을 탐방길을 걷노라니
 
송당 마을은 천천히 걸으며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현장답사와 회의를 되풀이 한 끝에 송당 마을의 자연과 문화를 제대로 접할 수 있는 최적의 걷는 길 코스를 만들었다. 9.8km에 이르는 긴 탐방 길은 3시간30분 정도 소요되는데 부담스럽다면 6km의 짧은 탐방 길을 택하면 된다.

송당 마을 탐방 길은 마을을 상징하는 금백조 본향당과 에코 힐링 체험에 제격인 당오름과 괭이모루 산책길을 활용해 구성했다. 짧은 탐방 길은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송당리 사무소에서 출발해 당오름, 괭이모루, 당오름, 본향당 소원나무, 마을길, 석상 소원나무를 들렀다가 마을길을 거쳐 다시 송당리 사무소로 되돌아온다. 긴 탐방 길은 여기에서 안돌오름과 밧돌오름까지 거쳤다 돌아오도록 짜여졌다. 안돌오름과 밧돌오름 능선길에서는 송당 마을 인근 지역과 한라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마을길에서는 호젓하고 한갓진 송당 마을의 정취에 흠뻑 물들 수 있다.

신화 속 금백조 신에게 소원을 비는 프로그램은 ‘소원 비는 송당 마을’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인기다. 금백조 본향당 앞 동백나무 길에 늘어선 나무들을 ‘소원나무’로 활용했고, 금백조 신에게 소원을 적을 ‘소원종이’도 마을 BI를 활용해 고풍스런 느낌으로 제작했다. 소원종이에는 별도의 끈이 부착돼 있어 손쉽게 소원나무에 매달 수 있다.
 
맑은 조상 할멈에게 소원 빌기
 
금백조 신을 모신 신당인 금백조 본향당은 제주 토속 민간신앙과 신화의 본고장이라는 송당 마을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곳에서 해마다 치러지는 당굿은 제주도 무형문화재 5호로 지정돼 있다. 신화에 따르면 강남천자국에서 태어난 금백조(맑은 조상 할망)는 천기를 따라 제주도 송당으로 찾아와 남편 소천국과 백년가약을 맺고 슬하에 18명의 자녀를 두었다. 금백조는 송당의 수호신이 되고 나머지 자녀들도 각각 제주 곳곳으로 흩어져 수호신이 되었다. 송당 마을 본향당에 모신 금백조를 제주도 여러 마을에 있는 당신들의 원조로 보는 이유다. 본향당에서는 신과세제(음력 정월 13일), 영동굿(음력 2월13일), 마풀림(음력 7월13일), 신만곡대제(음력 10월13일)가 매년 정기적으로 치러지는데, 금백조가 여신이어서 여성 위주의 무속의례를 중시한다. 토박이 노인들은 제주 4·3 사건 때 송당 마을이 중산간 지역에 있으면서도 비교적 피해가 적었던 것도 다 금백조 덕분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제주인의 오름, 여행자의 오름
 
송당 마을에는 공식적으로 18개의 오름이 있다. 오름의 본고장으로 주민들이 자부하는 이유다. 오름은 산을 뜻하는 제주방언이다.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할 만큼 제주 사람들에게 오름은 삶의 터전이자 공기와도 같은 존재다. 오름 가까이에 마을이 생겼고 죽은 자는 오름 자락에 묻혔다. 제주 사람뿐만 아니라 여행자에게도 매력적인 대상이다. 저마다 생김새가 달라 색다른 감흥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올라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장쾌하다. 에코 힐링 체험에 제격이다.
 
긴 마을탐방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은 여행객의 인기가 높다. 이 둘을 합쳐 돌오름이라고도 부르는데 조선시대 때 이 둘 사이에 돌담이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돌오름은 이 돌담 안에 있는 오름이라는 뜻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안돌오름과 나란히 자리한 밧돌오름은 돌이 많은 오름이라는 뜻을 지녔다. 밧돌오름 주변에는 샘이오름, 체오름, 거치오름 등이 몰려 있어 오름 군락이 형성돼 있다. 

송당 마을의 대표적인 오름 중 하나인 아부오름은 앞오름, 압오름 등으로도 불리는데 경사가 완만한 원형 분화구 형태를 하고 있다. 아부오름 바깥둘레는 1,400m, 바닥 둘레는 500m, 화구 깊이는 78m에 이른다. 영화 ‘이재수의 난’, ‘연풍연가’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당오름도 있는데 당오름이라는 명칭은 제주 다른 지역에도 여럿 있다. ‘당’이 있는 오름이라는 데서 유래했기 때문인데, 송당리 당오름도 금백조 신의 본향당이 있어 유래됐다고 한다. 높이는 274.1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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