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항공권 시장이 온라인과 모바일 등으로 점점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그러나 점점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항공권 시장은 이제 막 개발 단계에 접어선 모습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는 외국인 시장의 현황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국내 체류외국인 해마다 약 10만명씩 증가
-여행사 찾아가서 항공권 사는 옛 방식 가고
-온라인, 모바일 발권 도입되자 호응 높아져
 
노무자·이민자 증가로 외국인 시장 확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증가폭이 높다는 것은 이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항공권 시장에 중요한 실마리다. 영업을 펼칠 수 있는 시장이 계속 확대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약 5,100만명의 국민 중 지난해 1,600만명이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같은 비중으로 계산해보면 체류외국인 180만명 중 최고 56만명이 항공권을 구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레저 목적이 아닌 ‘고향 방문’의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출국 가능성이 좀 더 확실한 편이다.  

실제로 관계자들은 체류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항공권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증언한다. 한 중국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은 최근 비자 완화가 되면서 체류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며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중국인들이 과거 한 가족 중에 한 명씩 한국에 들어와 있었지만, 최근에는 아예 가족 전체가 한국에 들어와 사업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베트남 지역 관계자는 “국내 다문화 가정이 상당히 많고, 국내로 유입되는 노무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자체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세대 교체를 시작한 ‘파워콜’
 
그러나 이 시장에 대한 투자는 미미한 편이었다. 내국인 대상의 항공권 시장이 몇 년 사이 온라인, 모바일 등으로 빠르게 이동한 것과 달리, 외국인 대상으로는 여전히 지역 여행사를 중심으로 직접 거래를 통해 항공권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면면에는 이 시장을 주도하는 여행사들이 체류외국인의 접근이 쉬운 곳에 자리한 소규모 영세 업체들이었다는 이유가 있다.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설 수 없는 것이다. 또, 체류외국인은 온라인이나 모바일에 접근하기엔 언어적 문제가 큰 장벽이 된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투자 금액이 추가된다는 의미다. 굳이 내국인 시장의 변화상에 맞춰 따라갈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때문에 이 시장에서의 경쟁은 가격 위주로 진행됐다. 

반면, 판매자들의 입장과는 달리 체류외국인의 변화에 대한 욕구는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부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파워콜의 성장세가 이를 대변하는 지표다. 체류외국인에게 전화카드를 판매하던 파워콜은 외국인 대상 항공권 판매에 뛰어든 지 4년 만에 BSP 20위권에 올랐다. 지난 9월 기준으로는 25위를 달성했다.  파워콜이 PSA 자격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항공의 항공권 판매 비중에 있어서는 매년 대략 2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파워콜이 집중적으로 공략한 온라인·모바일 시스템을 통해 일궈낸 성과다.

파워콜은 시스템에서 영어를 지원하고, 동시에 예약과 발권을 컴퓨터나 모바일이 있는 어디에서나 가능하도록 영업 전략을 펼쳤다. 일반적으로 지역 여행사를 찾아가 의뢰하고, 예약 발권 시스템이 갖춰진 B2B 여행사에 발권을 요청해 티켓을 전달받는 방식이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간소화가 이뤄졌다. 시스템 접근 권한을 모두에게 개방했기 때문이다. 일반 여행사는 물론, 외국인 노무자도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다. 커뮤니티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게 된 동력이다. 
 
“편리함, 신뢰도 갖춰야 경쟁력 가질 것”
 
현대적인 시스템을 갖춘 파워콜의 흥행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예약 발권을 할 수 있는 파워콜의 시스템은 편리함과 신뢰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항공권 의뢰를 받은 작은 여행사들은 예약 발권을 모두 BSP 업체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고의 위험도 높은 편”이라며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국인들에게 항공권 가격이 큰 금액이기 때문에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여행사 사무실에서 발권이 제대로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외국인 판매를 하는 다른 여행사들이 파워콜에 위기 의식을 느끼면서도 아직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 내 체류자가 많은 지역인 중국, 베트남 지역의 체류외국인 판매 비중은 많은 부분 파워콜로 이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스템의 편리함과 신뢰도를 찾아 구매 패턴이 변하는 셈이다. 때문에 많은 관계자들은 앞으로 몇 년 사이 외국인 시장에 큰 지각변동을 예상하고 있다. 오래 활동하며 주류를 형성하던 업체들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말 거란 것이다. 베트남 지역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하거나 판매자에게 커미션을 많이 준다거나 하더라도, 실제 구매자들인 외국인에게 편리함과 신뢰를 주지 못하면 경쟁이 어려울 것이다”라고 전했다. 동시에 “몇 해 전 내국인 시장이 온라인과 모바일에 집중 투자하며 이 시류에 따라오지 못한 업체들이 뒤로 밀려났다”며 “지금 외국인 시장이 그 변화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국내 체류외국인 시장 현황

제3국가의 노동자 유입, 결혼이주 등이 증가하면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외국인정책 통계월보 최신판인 2015년 9월호에 따르면 체류외국인 숫자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75만명에 그쳤던 체류외국인은 2007년 100만을 가뿐하게 넘어 107만명을 기록했다. 이후 꾸준히 체류외국인 숫자가 증가해 지난해인 2014년에는 180만명을 돌파했고, 9월까지 집계된 올해 체류외국인 숫자는 187만명에 달한다. 2007년 107만명에서 2014년 180만명까지 단순히 계산하면 한 해 약 10만명씩 늘어난 셈이다.<표1> 
 

행정자치부가 집계한 대한민국 인구가 약 5,100만명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체류외국인 숫자는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인구증가율을 비교하면 체류외국인의 증가폭이 훨씬 크다. 내국인의 인구증가율은 지난해 기준 0.4%(한국무역협회 ‘세계 속의 대한민국’ 보고서)에 불과하지만, 체류외국인 인구증가율은 지난해 8월 대비 올해 8월 6.5%를 기록했다. <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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