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3명의 경합으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던 한국관광협회중앙회(KTA) 차기회장 선거가 마무리됐다. 한국 관광단체를 대표하는 인물을 뽑는다는 무게감을 감안하면 선거 역시 그에 상응하는 위엄을 지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역대 최악’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이번 선거가 남긴 과제를 짚었다.  <편집자 주>
 
-후보 3명 경합으로 관심 높았지만  ‘최악’ 평가
-‘과반수’ 놓고도 티격태격…규정·능력 미흡한 탓
 
 
현 회장이 임시의장을?
시작부터 삐걱댄 선거
 
당초 이날 선거는 충북관광협회 이상영 회장, KATA 양무승 회장, 광주관광협회 김홍주 회장 간의 3파전이 될 예정이었지만, 전날 이상영 회장이 사퇴함에 따라 양무승 후보와 김홍주 후보 간 양자대결로 치러졌다. 선거는 임시의장 선정에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규정상 임시의장을 맡아야 할 최고령 대의원이었던 김종후 강원관광협회장은 이미 선거관리위원장 역할을 맡아 차순위 고령자인 관광사진업위원회 이해원 위원장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전날 업무과다로 인한 피로를 이유를 들어 고사하고 임시의장 자리를 그 다음 고령자에게 넘겼다. 남상만 현 회장이었다.
 
임시의장 제도가 중립적 선거진행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직 회장이 임시의장을 맡는 것은 합당하지 않았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남상만 현 회장이 김홍주 후보를 지지한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 역시 컸다. 이어 양무승 후보가 제출한 이력서에 학력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천양행제이여행사 고광철 대표는 두 후보에게 잠시 퇴장해 줄 것을 요청한 뒤 “이력서도 후보의 됨됨이를 파악하는 수단인데 양무승 후보의 이력서에는 학력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며 대의원들에게 이점을 감안해 판단하라고 발언했다. 남상만 회장은 “짧게 해 달라”던 당초 주문과는 달리 5분 이상 지속된 고광철 대표의 발언을 제지하지 않았다. 소란 끝에 양무승 후보 측에서 별도로 제작한 유인물에 학력 사항이 모두 기재돼 있다고 밝힌 끝에야 1차 투표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력서 자질론’에 티격태격
과반수 해석 놓고 갑론을박
 
1차 투표 결과 양무승 후보 25표, 김홍주 후보 24표, 무효 1표로 양무승 후보가 김홍주 후보를 앞섰다. 김종후 선거관리위원장이 양무승 후보가 당선됐다고 발표하고 대의원 모두 박수로 축하하면서 선거는 끝나는가 싶었지만 한 대의원이 “당선기준인 과반수 득표가 아니므로 재투표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과반수’의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무효표 1표를 제외한 49표를 기준으로 해 25표부터 과반수로 봐야하는지, 무효표도 포함해 50표를 기준으로 26표부터 과반수로 봐야하는지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과반수를 반수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어 혼란상은 더 컸다. 이상영 후보 사퇴로 1차 투표가 사실상 결선 투표인만큼 과반수 득표가 아니더라도 다득표자가 당선자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묻혔다. 혼선과 논란,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정관 규정, 선거 규정 어디에도 이를 명확히 해석할 근거가 없었다. 누구하나 선뜻 해법을 내놓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우왕좌왕 헤매다가 결국 선거관리위원회의 자문을 받으러 가는 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점심시간이 지났고 일부 대의원은 해외출장 일정을 이유로 혹시 이뤄질지도 모르는  재투표 사태에 대비해 미리 투표를 하고 자리를 뜨기도 했다. 선관위 자문 결과 재투표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실제 투표가 이뤄지기까지는 또 양쪽 진영의 치고받기를 거쳐야했다. “현직 의장이 임시의장을 맞는 것은 옳지 않다”, “선거관리위원장이 이미 결과를 공표한 마당에 그것을 무시하고 재투표하는 게 맞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재투표를 통해 당선자가 나와도 분열양상이 극명하므로 재투표하지 말고 두 후보가 공동회장을 역임할 것을 제안한다”는 등의 발언이 나왔지만 거기까지였다. 남상만 임시의장은 발언들을 무시하고 재투표를 재촉하기에 바빴다. 앞서 ‘이력서 자질론’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던 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재투표 결과 김홍주 후보가 27표를 얻어 23표에 그친 양무승 후보를 제치고 역전승했다. 

최종 당선자가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미숙한 선거 진행으로 인한 개운치 않은 뒷맛 때문이었는지 상당수 대의원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선거결과를 놓고 일각에서는 지금도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한 대의원은 “치밀하고 치열한 선거 전략의 승리였다고 할 수 있는데, 치사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외부에서는 선거 후 공방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한 여행사 대표는 “선거 전개과정을 보면 누구라도 결과에 쉽게 승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양무승 후보 측에서 이번 선거에 대해서 별도의 이의제기에 나설 여지도 충분한 것 같다”고 선거 후 공방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양무승 후보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양 후보는 지난 26일 “선거 전개과정이 아무리 못마땅하고 불만족스럽다고 해도 KTA 차기회장 후보이자 현직 KATA 회장으로서 잠자코 따르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며 “당시의 판단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의구심이 들지만 선거가 끝난 마당에 따로 이의제기를 하거나 불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아웃바운드 3,000만명 관광산업
위상에 걸맞은 체재 정비 나서야
 
김홍주 신임 회장으로서는 팽팽하게 둘로 갈렸던 표심을 하나로 통합하고 화합을 다지는 게 당장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워낙 초박빙의 승부였기 때문에 선거 후 봉합을 게을리 한다면 임기 내내 갈등과 분열 양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불거진 부끄러운 면모들도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관은 물론 선거관리규정을 보다 세분화, 체계화해 이번과 같은 갈등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50명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의 미흡한 점은 없는지, 있다면 개선점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에서부터, 후보등록에 필요한 추천서의 역할과 투표 방식, 당선자 결정 방식, 과반수 책정의 기준과 해석 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재검토하고 개선책을 모색해 만약의 상황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체재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선거에 참가한 KTA 한 대의원은 “특별회원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한국관광공사, 한국면세점협회에서도 이번 투표에 참가했는데, 선거가 너무 부끄럽게 진행돼 그분들 보기가 민망했다”며 “인·아웃바운드 3,000만명에 이르는 한국 관광산업의 위상에 걸맞게 관광 단체장 선거 관련 모든 규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높다”고 지적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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