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취재원과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장소에 도착해 미안해지려던 찰나, 그는 이렇게 말한다. “월요일 점심시간은 빠듯한데….” 이유는 이랬다. 월요일은 일주일 중 가장 바쁜 날이라 10분 일찍 들어가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서둘러 밥을 먹고 커피 한잔 손에 쥘 틈 없이 사무실로 복귀했다. 

다음 날 또 다른 취재원을 만났다. 일전에 있었던 ‘월요일 점심시간’ 이야기를 들려주니 반응이 영 시답잖다. 알고 보니 그녀의 회사는 출근 시간이 이상했다. 공식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라는데 출퇴근 지문인식기는 8시50분이 지나면 ‘지각’ 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10분 일찍 출근하라는 이야기다. 

어느 여행사는 최근 소프트폰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의 놀라운 능력은 직원들의 ‘실제 업무 시간’을 수치화하는 것. 정해진 근무시간 동안 전화를 주고받은 횟수와 일분일초의 시간까지 정확히 기록해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데이터는 업무 특성에 따라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업무 평가의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고. 

신년 특집호를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취지는 여행업계의 복지, 문화, 업무 환경, 제도 등에 대해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속 시원히 들어보자는 거였다. 어느 여행사 직원은 “이거라도 해서 달라지는 게 있다면 100명에게도 설문지를 돌릴 수 있다”며 특히, 업무 시간 관리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칼퇴가 쉽지 않은 분위기는 우리나라 사회 전반적으로 펼쳐져 있지만 타이트하게 ‘규정’해 놓은 업무 시간이 때로는 업무 능률을 저하시킬 때도 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과 실제 공부하는 시간은 달랐다. 점심시간을 줄이고 출근시간을 앞당기며 업무 시간을 일분일초 확인한다고 해서 업무량이 느는 것은 아닐 테다. 그보다 불필요한 회의가 많았는지, 사소한 심부름을 자주 시킨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게 우선이겠다. 스스로 집중하고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어떨까.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두고 ‘복지’라 표현한 어느 항공사 직원의 말이 안타까운 연말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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