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모두투어같은 여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여행업계 지인이 식사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얼핏, 칭찬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이날의 뉘앙스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다. 여행업계도 빈익빈 부익부가 고착화되고 있다. 패키지 여행사로 명함을 내밀려면 100억원을 투자해도 쉽지 않다고 했는데 그 마저도 옛 말이 되고 있다. 

하나, 모두를 비롯한 일부 대형여행사로의 쏠림이 심해지면서 중소여행사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하나투어의 송출인원은 패키지가 233만 명, 항공권만 구입한 인원이 130만 명 가량으로 예상된다. 모두투어도 각각 113만 명과 91만 명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최소 15%에서 80% 까지 늘어난 실적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두 여행사를 통해 단체여행을 하거나 항공권을 구입한 수가 567만 명에 달한다. 승무원을 제외한 올해 예상 출국 인원이 1,77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10명 중 3명 이상이 두 회사를 거쳐 해외에 나간 셈이다. 수치로 나타난 실적을 보면 중소여행사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 박탈감을 느낄만 하다.  

여행시장의 판세가 대형여행사 위주로 급격히 흐르고 있다. 걷잡을 수 없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소위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자기만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여행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올해도 시작은 심상치 않다. 먹고 살만하다는 여행사는 찾기 힘들고 겨울이 춥기만 하다는 여행사는 태반이다. 여행사를 이용하는 전체 소비자는 줄어드는데 쪼그라든 파이마저도 일부 대형여행사에 몰리니 이 많은 출국자는 도대체 누구 손님이냐는 하소연만 난무한다.

대리점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나니 수수료는 야금야금 떨어지는데 대형여행사는 인센티브를 비롯한 여행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거침없이 확대하고 있다. 당연히,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같은 홀세일 여행사는 B2B 거래가 성장의 기반이었던 만큼 여행사들이 느끼는 소원함도 클 수밖에 없다. 처음에야 ‘누구 덕에 이만큼 컸는데’하며 큰소리라도 쳤지만 칼자루가 넘어간 지 이미 오래다. 이제는 외국항공사 직원들도 하나투어나 모두투어의 눈치를 본다고 공공연히 말을 할 정도다. 

공룡 여행사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도 커진다는 의미다. 서운함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많아지겠지만 그러려니 넘어갈 것이 아니라 찬찬히 세겨 들어야 한다. 이날 지인의 발언도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같은 여행사가 3개 정도는 더 생겼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대형 여행사 위주로 흐르는 것이 대세라면 차라리 아예 그 수가 많아져서 중소여행사를 위한 다양한 경쟁이 이뤄지는 것이 낫겠다는 푸념이기도 하다. 

사업계획만 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올해도 거침없는 질주가 예상된다. 이변이 없다면 시장은 당분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올해 12월에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같은 여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덕담으로 통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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