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공급석 점유율, KE 뛰어 넘어
 
부산의 여행사들은 부산에서 LCC들이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한 건 에어부산(BX)이 부산(김해공항) 출발 해외 정규편 노선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부터라고 입을 모았다. 그 전에도 일부 LCC가 부산발 해외 정규편을 취항한 적이 있었지만 낮은 탑승률 등의 이유로 얼마 가지 못해 운항을 중단했다는 것. 그와 달리 에어부산은 2010년 부산-후쿠오카 취항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노선을 증편, 다양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에어부산이 부산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2012년께부터는 시장성을 확인한 국내·국외 LCC들이 잇달아 부산에 신규취항하기 시작했는데, 이 양상은 2015년 가장 활발하게 나타났다.

2015년에만 제주항공(7C)은 부산-괌(1월), 부산-오사카(4월), 부산-후쿠오카(4월), 부산-타이베이(4월), 부산-오키나와(10월) 등 5개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진에어(LJ)도 부산-클락(7월), 부산-오사카(9월), 부산-세부(9월), 부산-다낭(11월), 부산-오키나와(11월) 등 5개 노선을 취항했다. 이스타항공(ZE)도 2015년 10월 부산-방콕, 부산-오사카 노선을 동시에 취항하며 부산에 진출했다. 이로써 5개 국적 LCC 중 4개가 부산 출발 해외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남은 한 곳인 티웨이항공(TW)도 2016년 중 부산발 해외 노선을 취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치항공(MM), 드래곤에어(KA), 세부퍼시픽(5J), 브이에어(ZA) 등 외국계 LCC들도 부산 직항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들어 전체 부산 항공 공급석 중 에어부산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대한항공(KE)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부산 여행업계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공급석 점유율은 에어부산 25%, 대한항공 21%, 제주항공 10%, 진에어 7%, 아시아나항공(OZ) 6%다.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은 2015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8%대였고, 2010년에는 12%였다. 부산에서 LCC들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FSC(풀서비스캐리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부산여객지점 김명덕 차장은 “LCC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메이저항공사로서 가격 인하 보다는 서비스 차별화에 힘쓸 방침”이라며 “공항라운지, 기내서비스, 항공동맹 마일리지 등 LCC가 제공하지 못하는 가능한 모든 서비스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배 타고 일본 여행 가는 수요가 확 줄었어요. 예전엔 선박이 70%, 항공이 30%였다고 하면 지금은 항공이 60%, 선박이 40% 정도로 역전됐습니다.여행박사 부산지사
 
부산 출발 LCC(저비용항공사) 노선이 급증하면서 FIT시장 파이가 많이 컸지요. 우리는 3년 사이에 직원 수가 두 배로 늘었어요.내일투어 부산지사

동남아 허니문 수요가 예전의 5분의 1 정도로 줄었어요. LCC 취항이 늘어나면서 이제 부산에서도 동남아는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됐거든요. 모두투어 부산지사
 
선박이 장악했던 일본, 항공이 매출 역전
 
LCC가 부산에 가져온 첫번째 변화는 일본 선박여행 시장의 축소다. 대표적인 선박여행지였던 후쿠오카, 오사카 등에 LCC들이 앞다투어 취항함에 따라 선박 수요 중 상당수가 항공으로 전환됐다. 항공이 선박보다 소요시간이 짧고 편리할 뿐 아니라 비수기에는 LCC 요금이 왕복 5~6만원 수준까지 떨어져 선박보다 저렴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여행박사 장재진 부산지사장은 “오픈 이래 항상 일본 선박여행 매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었는데, 3~4년 전부터 LCC가 활성화되고 항공요금이 저렴해지면서 일본 항공여행 매출이 선박여행 매출을 역전했다”면서 “부산-후쿠오카 선박은 과거엔 비수기 때도 하루 4~5편씩 운항했는데, 지금은 하루 1편 정도로 감편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부산항을 통한 선박 출국자 수는 2010년 53만2,792명에서 2014년 48만5,143명으로 4년 사이 4만7,000여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김해공항을 통한 항공 출국자 수는 2010년 114만8,084명에서 2014년 186만1,007명으로 71만3,000여명 증가했다.

LCC 증가로 인한 또 다른 변화는 FIT시장의 성장이다. 내일투어 조영규 부산지사장은 “몇년 전까지 부산 출발 FIT는 홍콩과 일본에 국한됐었고, 태국·필리핀 등 동남아는 패키지가 거의 90%의 비중을 차지했었다”면서 “LCC가 급증한 뒤로 싱가포르, 타이베이, 보라카이, 세부, 괌, 사이판 등 다양한 지역의 FIT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일투어 부산지사 임직원 수도 2012년 22명에서 2015년 46명으로 3년 사이에 2배가 됐다.

부산에서 동남아 여행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자 허니문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허니문 목적지로 동남아를 선택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었다. 모두투어 영남사업본부 김일수 부서장은 “부산발 동남아 LCC가 늘어난 이후로는 유럽, 하와이, 칸쿤, 뉴욕 등 장거리 허니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면서 “동남아 여행상품 종류도 아예 고급형 또는 실속형으로 양분화 되면서 가짓수가 3분의 1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오사카 하루 11편…특정 쏠림 심화
 
LCC 노선 증가로 부산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확장되고 여행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LCC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단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 첫째가 일부 인기 노선 쏠림 현상이다. 부산-오사카 노선은 현재 5개 항공사가 총 주77회 운항하고 있다. 하루에만 11편이 운항된다는 얘기다. 부산-타이베이 노선도 오는 1월23일 신규취항하는 대한항공을 포함하면 5개(대한항공, 에어부산, 제주항공, 중화항공, 브이에어) 항공사가 총 주46회 운항하게 된다.
이처럼 특정 노선에 너무 많은 항공사들이 중복해 취항함에 따라 가격 경쟁이 심화되어 덤핑 항공권이 자주 나오고, 자연히 여행사들의 수익구조가 무너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A여행사 부산지사 관계자는 “적정 수준의 항공 공급이 돼야 여행사와 항공사가 공생할 수 있는데 오사카, 후쿠오카, 타이베이 등 일부 노선에 쏠림현상이 너무 심화되어 여행사가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오키나와 노선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독점으로 운항했었던 부산-오키나와 노선에 2015년 10월 제주항공, 11월 진에어가 잇달아 신규취항하자 여행사들은 울상이 됐다. B여행사 부산지사 관계자는 “오키나와는 부산 여행사들이 짭짤한 수익을 볼 수 있는 효자 시장이었는데, 항공 공급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늘어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C여행사 부산지사 관계자도 “부산은 서울과 달리 여행 수요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노선에 운항편이 늘어난다고 해서 수요가 증가하지 않고, 기존에 있던 수요가 분산되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부산=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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