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은 여행을 떠나기 전 숙소를 예약하지 않는다. 호텔 당일 예약 앱을 이용하면서 부터다.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70~80% 할인된 가격으로 특급 호텔을 즐길 수 있고 선택의 폭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객도 다르지 않다. 해외에 가도 그날 ‘빈 방’은 얼마든지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2~3년 사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호텔 당일 예약 앱이 새로운 여행 패턴을 만드는 중이다. <편집자 주>
 
-인스턴트 부킹, 충동 여행 … 소비자 인식과 여행 패턴 변화
-일분일초 단위로 변하는 상품가, 해외여행에서도 통할까?
 
 
메인시장 넘보는 틈새시장 
 
‘호텔 당일 예약’이라는 이름을 건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한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서로 자기네가 ‘원조’라고 우기는 장충동 족발골목의 식당들처럼 당일 예약 어플리케이션을 ‘최초’로 출시한 모델을 가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호텔 당일 예약 시장에 초기부터 뛰어들었다는 곳들은 하나같이 2013년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3년 후 현재 호텔 당일 예약 시장의 성장은 숫자가 증명한다. 몇몇 소수의 업체가 서비스를 시작했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정확한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업체 수는 확연히 늘었다. 성장률을 살펴보면 가늠할 수 있다. 호텔조인(2013년 출시)의 2015년 매출은 전년대비 78% 성장했으며 인터파크투어가 만든 체크인나우(2013년 9월 출시) 매출은 2015년 판매 객실 수 기준으로 전년대비 82% 증가했다. 데일리호텔(2013년 6월 출시)의 성장은 더욱 놀랍다. 2015년 12월 한달 매출이 2014년 한해 전체 매출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국내 모텔·호텔 추천 사이트였던 야놀자도 2014년 10월부터 당일 숙소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월평균 매출 약 52%씩, 최근 3개월 동안은 250%씩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쿠팡도 지난해부터 ‘투나잇 핫 딜’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당일 할인 객실 서비스를 시작했다.  

호텔 당일 예약 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을 저렴한 값에 판매하는 타임커머스(Time Commerce)의 개념에서 탄생했다. 호텔 입장에서는 오늘이 지나면 재판매할 수 없는 객실로도 수익을 낼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값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맞물리며 적절한 공급과 수요가 발생했다. 그야말로 ‘통(通)’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둔 서비스라는 점도 한몫했다. 전체 당일 예약 중 모바일을 통한 구매율은 호텔조인의 경우 약 53%를 차지, 체크인나우는 71%의 비중을 나타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갖췄기에 자연스럽게 재구매율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호텔 당일 예약 시장의 성장이 소비자의 인식과 여행 패턴을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 ‘호텔은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제는 큰 부담 없이 특급 호텔을 누릴 수 있다는 쪽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한 호텔 앱 관계자는 “당일 예약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크게 여행자와 충동구매자로 나뉜다”며 “즉석에서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처럼 충동적으로 예약하는 패턴이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비자들이 땡처리, 긴급 모객, 소셜 커머스 등을 염두하고 해외여행 예약 시점을 미루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다. 
 
세분화· 고도화된 서비스
 
‘숙소’에 초점을 두었던 앱들은 서비스를 더욱 세분화하며 확장시켰다. 이제는 ‘당일’뿐만 아니라 두어 달 전에도 특가로 예약이 가능하다. 교통패스, 레스토랑·뷔페 식사권, 스파 이용권, 관광지 입장권, 영화 관람권 등 카테고리도 다양해졌다. 

당일 예약 서비스가 ‘일(日)’ 단위로 움직이는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일분일초의 ‘시간’ 단위로 더욱 세분화됐다. 야놀자는 최근 일정 시간동안 객실을 사용할 수 있는 ‘대실’ 예약 서비스도 도입했다. 야놀자 커뮤니케이션실 장은빛 매니저는 “현재 숙박과 대실 예약률은 비등비등한 상태지만 대실 예약률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을 할 수 있는 서비스와 같이 다양한 목적에 맞게 활용하도록 시스템을 고도화시킬 계획이다”고 말했다. 데일리호텔은 지난해 10월 ‘고메’ 서비스를 론칭하고 시간대 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식사권을 판매하고 있다. 데일리호텔 신인식 대표는 “여행사처럼 ‘노쇼’가 골칫거리인 레스토랑들이 상황에 따라 변동된 가격을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제휴 업체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여행객의 당일 예약 이용률도 높다. 씨트립 이정민 과장은 “지난해 씨트립을 통해 국내 숙소를 예약한 중국인 관광객은 약 160만 명으로 당일 예약률은 서울 13.4%, 제주 9.8%에 달했다”며 “명동이나 시청 등 중심 지역은 2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당일 예약 앱들은 트렌드에 맞게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체크인나우는 지난해 부킹닷컴과 제휴를 맺고 해외 호텔을 22만 개까지 늘렸으며 데일리호텔은 지난해 12월 영어 버전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면서 싱가포르에 지사를 오픈, 본격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일 예약 앱이 시장 가격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격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호텔도 적지 않다. 국내 한 특급 호텔 세일즈 담당자는 “다수의 호텔들이 당일 예약 앱과 같은 판매 채널이 많아지면서 남은 객실 처리가 쉬워졌다고 평가한다”면서도 “일단 한번 가격을 내리면 사람들에게 그 가격으로 인식되기 마련이기에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해 제휴를 맺지 않는 호텔도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품질 보장·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당일 예약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취소 및 환불 불가 정책이다. 공정위의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에 따르면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당일 취소의 경우 성수기 주중은 총요금의 80%, 주말은 90%를 공제한 후 환급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비수기 주중과 주말은 각각 총요금의 20%, 30%를 공제 후 환급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업체들은 자체 규정을 내걸고 판매·운영 중이다. 

규모가 커진 만큼 책임감도 더해졌다. 몇몇 호텔 앱 운영자들은 특가 상품으로 호텔 측 환불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로 인한 불만 사례 증가로 고객과 업체 양쪽을 모두 고려한 환불 정책을 만들기 위해 호텔과 조율하고 있다. 데일리호텔은 호텔 서비스에 대한 컴플레인이 접수되면 이를 기록한다. 그리고 내부 규정에 따라 일정 건수 이상 컴플레인이 등록된 업체와는 계약을 맺지 않는 등 호텔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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