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트립, 스카이스캐너, 알리트립…. 판매 활로를 넓히기 위한 여행사들의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다. 
오픈마켓, 메타서치 업체 등 글로벌 OTA 제휴 대상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과의 제휴가 양날의 검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편집자주>
 

-신규 매출 창구 확보 위해 제휴 적극적
-“체급차이 커…세력 확장에 일조할 뿐”

광고비 절감, 제휴통한 매출 커져
 
최근 글로벌 여행업체와 국내 여행사의 항공 제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14년부터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비롯한 주요 홀세일 여행사를 중심으로 시작돼 현재는 인터파크투어, 비코트립 등 다른 여행사의 행보도 비슷해지고 있다. 

하나투어는 2014년 10월 씨트립, 2015년 12월 스카이스캐너, 2016년 1월 알리트립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모두투어는 2015년 3월 씨트립, 같은해 7월 스카이스캐너, 9월 취날과 업무 제휴를 맺었고, 비코트립도 2015년 4월 취날과 제휴를 맺었다. 인터파크투어도 취날, HIS 등과 제휴 중이다. 

제휴 대상은 대체로 오픈마켓과 메타서치 업체다. 크게 글로벌 OTA로 볼 수 있지만 제공 서비스에 따라 특색이 다르다. 여러 업체가 입점해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오픈마켓은 대표적으로 씨트립, 취날, 알리트립 등이 있다. 메타서치 업체는 여러 서치엔진의 결과값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채널으로 호텔스컴바인, 스카이스캐너 등이 대표적이다. 

여행사가 이들 업체와의 제휴에 가속도를 내는 것은 이들의 인프라를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의 경우 제휴를 통해 입점사가 되면 자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대상이 크게 확장된다. 씨트립, 취날, 알리트립 등 오픈마켓이 그 대표적인 예다. 중국 및 전세계 여행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 업체와의 제휴로 큰 품을 들이지 않고 거대한 시장에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시장의 파이 나눠먹기식 경쟁에서 벗어나 신규 매출 창구를 확보하는 의미와도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계 OTA와의 제휴를 활발하게 진행했던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제휴로 인한 매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투어는 “제휴를 통한 매출은 계속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시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되던 광고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주요 여행사들은 제휴를 늘리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진행되던 광고를 줄여나갔다. 실제로 하나투어 항공팀 관계자는 “온라인 광고로 매달 상당한 지출이 있었는데 지금은 제로에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광고 지출은 줄였지만 오히려 ‘여행’이라는 분야에 정확한 타겟팅이 된 글로벌 업체와 제휴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는 높아진 셈이다. 
 
일방향적 상품 공급, 역할 한계
 
사실 국내 여행업계는 한차례 글로벌 OTA에 무릎을 꿇은 바 있다. 바로 호텔 분야다. 4~5년 전 익스피디아, 아고다 등을 필두로 국내 시장에 밀려들어온 호텔 OTA들은 조용하지만 신속하게 세를 확장했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호텔 인벤토리와 간결한 예약 시스템은 국내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거래 지역 중심의 호텔 인벤토리에만 집중하던 국내 여행사들은 손 쓸 기회도 없었다. 

주요 여행사들도 호텔 시장은 글로벌 OTA가 점령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호텔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할 수 없지만 글로벌 OTA를 이용하는 호텔 이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국내 여행사를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사들이 항공 분야 제휴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이유에는 호텔 시장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는 배경도 숨어있다. 그러나 이런 제휴 또한 마찬가지 위협 요인을 안고 있다. 

특히, 지금의 여행사 제휴가 대부분 일방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의소지가 크다. 일례로, 씨트립과 주요 여행사의 제휴를 살펴보면 국내 여행사가 자사 상품을 씨트립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여행사는 매출 창구만을 확보할 뿐, 씨트립 내 콘텐츠를 국내 여행사가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체급 차이도 어마어마하다. 항공 제휴를 추진한 한 여행사 관계자는 “간단히 시스템만 보더라도 발전 단계 차이가 한국보다 10년 이상 나는 것 같다”며 “개발에 투자하는 비용과 인원이 국내 여행사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극단적인 예로 최근 하나투어와 업무 제휴를 체결한 알리트립의 경우, 휴대폰으로 각종 입장권을 구매하고 바로 이용할 수 있는 QR코드 티켓을 주요 서비스로 소개했다. 아직까지 대부분 현물 입장권을 이용하고 있는 국내와는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용자 수, 제공 서비스 등도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문화, 금융 등과 합쳐지는 과정에 있는 중국계 OTA만 보더라도 중점을 두는 서비스 초점이 국내 여행사와 달리 크게 확장됐다”며 “시스템 차이로 인해 국내 여행사가 이들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이 글로벌 OTA가 세력을 확장하는데 일조하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런 이유에서 출발한다. 모두투어 항공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국내 여행사가 ‘공급자’ 역할로 한정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휴 확장이 국내 여행사의 궁극적인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을지 의문점이 생기는 부분이다.
 
“경쟁력 확보 후, 글로벌 진출할 것”
 
제휴 채널 확대에 집중했던 여행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당장 채널 확대로 인한 가시적인 매출 효과를 보고 있긴 하지만, 공급자로 남을 것인지 글로벌 OTA와 견줄 수 있는 경쟁자가 될 것인지 향후 장기적인 방향 설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여행사는 당장은 이들 OTA를 잘 이용해 성장 발판을 갖추고 난 뒤, 다음 도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나투어는 “규모가 큰 글로벌 OTA가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데 쇄국 정책을 쓸 수만는 없다”며 “우선 이들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휴 확장으로 여행사의 인벤토리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커질 것이고, 이를 통해 국내를 넘어선 서비스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두투어 또한 “공급자로서 역할이 끝나서는 안 된다”며 “올해 안에 사업 방향을 크게 확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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