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파 장기화 조짐…작년 악몽 재연 걱정 
-선결제 요청 두고 여행사와 마찰 빚기도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 여파로 허니문 전문 랜드사의 경계심이 고조됐다. 지난해 말처럼 허니문 전문 여행사가 줄줄이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감 탓이다. 지상비 선결제를 요구하는 등 관리 고삐를 죄고 있지만 거래 여행사의 반감을 사는 경우도 많아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감염자 발생지역도 확산되면서 허니문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졌다. 봄 허니문 시즌 모객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라 타격도 그만큼 크다. 특히 랜드사는 걱정이 많다. 지난해 가을 허니문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11월 말부터 여러 중소 허니문 여행사들이 소비자는 물론 거래 업체에 피해를 안기고 잇따라 폐업했던 기억이 또렷하기 때문이다.

A 허니문 전문 랜드사 대표는 지난 18일 “수익도 계속 감소해 한 쌍에 고작 10~20만원 남기는 상황에서, 지상비 사후 결제 조건으로 거래하다가 만에 하나 거래 여행사가 도산하면 한 번에 수 천 만원의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거래처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지상비 미결제분에 대해서 정산을 요청하는 것은 물론 신규 거래 여행사에 대해서는 출발 전 입금을 원칙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B 랜드사 서울사무소장 역시 “허니문 시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축소됐는데 지카 바이러스 악재까지 덮쳐 봄 시즌 전망도 불투명하다”며 “거래처 중에서 위기조짐이 있는 여행사는 아직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봄 시즌 종료와 함께 5~6월경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도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비 입금 관리 강화는 랜드사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여행사와의 거래에서 ‘을’의 입장이다 보니 고충도 크다. B 랜드사 소장은 “이 와중에 2주 후 결제를 요청하는 여행사도 있어 기가 막혔다”며 “풀빌라의 경우 대개 한 달 전에 랜드사가 미리 객실료를 입금하고 확보하는데 그런 사정은 전혀 감안하지 않고 여행사 이익만 앞세운다”고 꼬집었다. 이 정도는 평범한 축에 든다. 심한 경우에는 거래를 중단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여행사에 그 랜드사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입금을 독촉한다는 악의적인 헛소문을 퍼뜨려 랜드사 영업에 지장을 준다. C랜드사 관계자는 “지상비 결제를 요청하면 요즘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서 그러느냐며 얼토당토않은 반응을 보이는 여행사도 많다”며 “쉽지 않겠지만 이참에 여행사의 허니문 지상비 결제 관행을 바로잡을 필요가 높다”고 지적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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