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애타는 마음을. 약속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으면 애타는 마음에 원망이 더해지고, 결국엔 배신감까지 더해지는 법. 안 오는 줄도 모르고 하릴없이 기다린 자의 시간만 생각하더라도 연락을 미리 해주는 것이 매너다. 

최근 상대를 기다리게 해놓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는 행방불명자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자발적’ 행방불명이다. 기다리는 자는 항공사요, 사라져버리는 자는 여행자다. 일종의 노쇼인데 성격이 조금 다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지각을 하거나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의 노쇼가 아니라 애초에 노쇼를 낼 작정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란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히든 시티 티케팅’이다. 직항 항공편보다 경유편이 저렴한 경우를 이용해, 중간 경유지에서 내린 뒤 다음 행선지로 가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을 말한다. 공항에 나갈 때마다 항공사 직원들이 목청 높여 탑승객을 찾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런 자발적 행방불명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다. 

지극히 나만 생각하자면 어쨌든 비싼 항공권 보다는 저렴한 항공권이 좋을 수 있겠다. 나름 알뜰하고 똑똑한 방법이라 자랑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항공사의 손해는 둘째치더라도 비행기에 갇혀 행불자를 기다려야 하는 승객들의 불편이나 그 좌석이 꼭 필요했을 누군가를 생각하면 지극히 이기적인 편법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런 방법들을 마치 ‘여행고수’의 비밀스런 스킬인 듯 소개하는 일부 몰지각한 언론까지 있으니 우려스러울 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노쇼를 내면 10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실효성을 논하기 전에 이런 정책까지 등장해야 한다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성숙한 여행문화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어서다. 진짜 똑똑한 여행고수의 비법은 대수로울 게 없다. 모두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매너를 지켜주는 것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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