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이 가파르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안전 문제가 제기된 것은 물론 다수의 조종사, 정비사들이 이직을 감행하는 모습이다. 커진 규모만큼 질적 성장도 이룬 것인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사소한 안전사고 발생부터 스케줄 변경까지
-“규모 키우기 급급한 LCC, 내실도 다져야”

국적 LCC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종사 A씨는 최근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입사 후 3년을 채우지 않으면 입사 초에 진행된 교육비 5,200만원을 지불하고 퇴사해야하는 규정이 있지만, 해당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이직을 감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과 만족스럽지 않은 복지, 빡빡한 비행 스케줄 등이다. 가장 최근 전달받은 3월 스케줄은 평균적으로 보장해온 9일 휴무마저 보장되지 않았다. 지난해 5명 이상의 기장들이 외항사·대형항공사로 이직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성장규모 대비 직원처우 ‘글쎄’
 
국적 LCC 소속의 조종사들이 외항사, 국적대형사로 이직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조종사 A씨는 “최근 조종사들이 중국 항공사나 중동 항공사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스케줄도 점점 타이트하게 나오고 있다”며 “지난 12월 발생한 사건(기내압력조절장치 미작동 사건)을 운항했던 제주항공의 조종사 역시 최근 2~3개월 간 사내에서 비행시간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적의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 항공사의 경우 근무 시간만큼 보장되는 휴가, 국내 조종사 급여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급여, 항공사의 규모에 따른 복지 혜택 등이 국적 LCC와 비교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 조종사를 구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 국적의 조종사를 영입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이러한 조건을 제시하면 많은 한국 조종사들이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당국의 LCC 육성 활성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항공사가 늘었고, 조종사 수요도 증가했는데 중국 내에서 충당하지 못하자 해외 조종사들의 영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안전사고·스케줄 변경 등 문제발생
 
LCC의 몸집이 커지면서 부실한 내실도 여실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LCC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부분인 안전부터 시작해서 인력 부족 및 처우 부당 등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제주항공의 기내 압력조절 장치 사고를 비롯해 진에어 역시 올 초 세부발 항공기가 출입문 이상으로 굉음을 내며 회항한 사건이 있었다. 잇따라 안전사고가 발생하자 국토교통부는 외형적 성장에 상응한 안전투자가 미흡했다고 판단, 안전투자 확대와 기본적인 안전의식 제고 등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진에어는 항공안전관련 예산을 100억원 이상으로 책정하고, 제주항공은 350원 이상 책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력난이다. 지난달 제주항공의 정비사들이 변경된 스케줄과 부당한 처우를 이유로 대거 사임했다. 갑자기 빠진 정비사들이 채워지기 전까지 해당 업무는 남은 사람들의 몫인 셈이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조종사 부족으로 인해 운항 스케줄이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다수의 여행사 관계자는 당초 3월부터 운항을 계획했던 진에어의 인천-하이난 노선의 전세기가 두 달 늦춰진 5월부터 운항하기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듣기로는 조종사 부족으로 일정이 늦춰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와 관련해 진에어 관계자는 “해당 문제와 별개로 항공기를 운항할 조종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티웨이항공(TW) 역시 주 4회 운항하던 인천-마카오 노선의 운항을 3월26일부터 6월30일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역시 해당 노선의 판매 부진과 함께 해당 노선에 투입될 조종사 및 승무원 부족으로 인한 결정이 아니겠냐는 여행사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크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해당 사항을 확인한 뒤 연락하겠다”고 말한 뒤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가 규모나 매출 등 외적인 측면으로는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대형항공사와 비교하면 허술한 부분이 많다. 인력을 비롯해 부수적인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것이 기본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직원 복지나 처우 등을 봤을 때 성장 규모와 비례해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내적인 성장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부터 부대사업까지 ‘쑥쑥’

지난해 국내·국제여객은 8,941만명으로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는 국제선 여객의 증가 중 한 가지 원인으로 LCC 중심의 신규노선 및 운항 확대를 꼽았고, 실제로 대양주, 일본, 동남아 등 LCC로 이동 가능한 목적지의 항공 노선이 10% 이상 크게 증가했다. 국내선의 경우 LCC의 분담률이 54.7%에 달하며 전년대비 22.4%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사업 규모나 송출객만 봐도 많은 성장을 이뤘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국내 LCC 처음으로 상장했으며 전년대비 74.2% 성장한 영업이익을 기록해 국내 상장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보기도 했다. 여객 수는 국내·국제선 917만5,447명(출·도착 계)을 기록했고 항공기 역시 현재 22대에서 올해 말까지 26대로 늘릴 계획이다. 다른 LCC 역시 마찬가지다. 에어부산(BX)은 지난해 이용 여객 수가 806만4,362명으로 올해 까지 총 18대의 항공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진에어는 678만59명의 여객을 기록, 전년대비 41.7% 증가를 보이며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운항 노선 역시 증가했다. 특히 일본 노선의 경우 신규취항은 물론 정기편 증편, 부정기편 운항 등으로 지속 확대되고 있고 중국 노선의 경우 중국발 부정기편 운항도 활발하다. 괌·사이판 등의 대양주까지도 운항 범위가 넓어졌다. 진에어는 인천-하와이 노선을 LCC 최초로 운항하며 미주 노선에 첫 발을 떼기도 했다.  

여객 운송 서비스를 비롯해 부대사업을 통한 매출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기내식을 별도로 판매하는 LCC의 특성을 살린 기내 품목 확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화물 운송을 늘려 추가 수익을 내고 있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