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의 직판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에는 그나마 여행사 우호정책을 폈다던 아시아나항공마저 하계 시즌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일 참이다. 그룹 좌석을 줄이고 무료로 제공되던 좌석인 FOC 정책도 변경했다. 인센티브 전용 클래스인 T클래스도 없앴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여행사에 ‘LCC 항공 좌석을 포함한 상품 세팅’을 부탁하던 LCC들도 이제는 콧대가 높아졌다. 그들의 주 종목 노선인 단거리 지역의 자유여행객이 늘어나자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직판’으로 판매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는 탓이다. 여행사에 시리즈로 제공하던 좌석을 야금야금 회수하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만큼의 수준으로 운임 변동을 감행하기도 한다. 특가라고 제공한 운임도 일반 운임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은 정도로 높아졌고 그마저도 기준 날짜가 지나면 쑥 올려버리기 일쑤다.

그중 직판 수요가 활발한 노선에서는 여행사에 더 이상 좌석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항공사도 있었다. 지난해 LCC의 취항이 활발했던 인천-오키나와 노선에 취항한 LCC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아도 오키나와를 찾는 수요가 폭발하자 여행사에 항공좌석 대부분을 직판으로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뜨거운 성수기’에 굳이 여행사에 좌석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테다. 하지만 해당 항공사 세일즈맨은 불과 두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여행사를 방문했다. 성수기가 지나자 자유여행객의 수요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80%에 육박하던 탑승률이 20%까지 내려갔고, 쭈뼛쭈뼛 여행사를 찾아와 좋은 가격으로 좌석을 제공하겠다는 말을 꺼내야만 했다.

여행업은 그 어느 산업군보다 변수에 약하고 외부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오늘은 꽉 찬 좌석으로 오갔더라도 내일 텅텅 비운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여행사로부터 오키나와 행 좌석을 몽땅 빼앗았다가 다시 슬그머니 바쳤던 항공사 세일즈맨의 모습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는 콧대를 낮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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