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을 최고라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진정한 여행자라면 항공+호텔+교통+투어 등 모든 일정은 스스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여행이 진짜라고 믿었다, 불과 2주 전까지는. 

3월 초, 친구와 함께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그동안 저렴한 항공권과 가성비 좋은 호텔 예약에 자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아쉬움이 컸다. ‘숨 쉬는 것만 공짜’라던 외국 LCC 항공권을 구매한 탓에 탑승 전 급히 식사를 해야 했고 휴양의 섬 페낭에서 숙소를 다운타운으로 잡아 바닷물에 발 한 번 담그지 못한 채 돌아왔다. 교통비, 식사비 그리고 이동시간과 정보를 찾는 데 할애한 시간을 기회비용으로 따져보니, ‘처음’으로 패키지여행이 간절해졌다. 잘 몰라서 일어난 결과다. 

T여행사의 사훈은 이렇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나날이 증가하는 개별여행객을 잡으려면 모든 것을 조각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란다. 비단 T여행사뿐만이 아니다. 여행사들이 항공과 호텔, 단품 상품팀 등을 분리 운영하기 시작한지 벌써 오래다. 어느 취재원을 만나도 한결 같이 나오는 이야기는 개별여행객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어쩔 수 없는 도리라고 치더라도 T여행사의 사훈을 듣고 나니 패키지상품을 괄시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패키지상품으로 승승장구, 명성을 키워간다는 S여행사가 있다. 유럽을 전문으로 시작했던 S여행사는 점차 일본, 대양주, 미주까지 규모를 키웠다. 요즘은 중장년층만 찾는다는 패키지상품이 S여행사에서는 젊은 여행객들에게 잘 팔린다. 게다가 비싸다. 비결이 뭘까. S여행사의 상품은 감성을 자극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호텔을 사용하지 않고 소규모 부티끄 호텔을 상품에 넣는다. 일정도 한결 여유롭고 상품에 포함된 레스토랑도 분위기가 남달라 타여행사들의 시샘이 대단하단다. 

여행사가 전문성으로 살아남는 길은 ‘결국’ 패키지가 아닐까 싶다. 보다 센스 있는 패키지상품이 있다면 기꺼이 구매할 의향이 있는 여행자들은 나뿐만이 아닐 테니.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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