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국에서 항공권을 구입해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 항공기를 갈아타기 위해 우리나라에 잠시 내려 다음 비행기를 탈 때까지 순간 체류하는 승객들을 통칭하여 통과여객이라 한다.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들 통과여객들에게는 타고 온 연결항공기의 도착에서부터 본 항공기 탑승시까지 체류시간별로 분류해 식사, 휴식, 관광, 교통편 등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계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들 통과여객들에 대한 일체의 육상서비스를 한진관광에 일임하고 있는데 때문에 한진관광에는 국내 다른 대리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통과여객과」가 일찍부터 존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진관광 국제2부 「통과여객과」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살펴봄으로써 통과 여객의 의미와 이들의 관광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일본 후쿠오카현에 사는 오바타고이치씨(남52)는 올 가을 가족들과 함께 하와이로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여행사에 갔더니 담당직원이 한번에 2개국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라며 반나절 동안의 서울시내 관광이 포함된 하와이 4박5일 여행상품을 권한다. 가격을 보니 일반상품과 별차이가 없다. 맛보기 관광에 지나지 않겠지만같은 값이면 서울에 들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에서 그 상품을 택하기로 했다. 몇 차례 해외여행을 해 봤으면서도 정작 가까운 한국에는 아직 못 가본 고이치씨에게 「반나절 서울관광」코스는 퍽 구미가 당기는 말이었다. 고이치씨는 6명의 일행과 함께 지난 12일 오전 11시 15분 대한항공 KE733편으로 김포에 도착, 연결항공편의 수속을 간단히 마친다음 강남에 있는 음식점으로 이동, 점심식사를 하고 잠실을림픽 주경기장과 남산, 이태원, 경복궁, 국립 중앙박물관 등을 둘러본 후 공항으로 돌아와 오후 7시 30분발 KE052편을 타고 하와이로 떠났다.
앞서 든 계는 지난 12일 잠시 서울을 들렀다간 어느 통과여객의 여정을 일부 그려본 것이다. 고이치씨의 경우는 시내관광이 이미 여행상품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통과여객들은 단순히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잠시 한국에 내리는 이들로 한국 초행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잠깐이나마 한국에 머무는 동안 제공되는 여러 가지 서비스는 항공사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를 좌우하는 만큼 조금도 소훌히 할 수 없다.
「한국에 다시한번 꼭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한진관광 통과여객과의 임무다. 이들 통과여객에 대한 일체의 서비스는 무료이며 모든 비용은 물론 항공권판매사인 대한항공이 부담한다.
일반적으로 통과여객에게는 탑승 대기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보통 ▲ 식사서비스 ▲시내관광 ▲반나절 호텔휴식 ▲레이어버 서비스(호텔 숙박 및 식사제공) 등 4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탑승 대기시간이 2∼3시간 이내인 경우는 공항 내에선 1식 (점심 또는 저녁식사)을 제공하고 둘째, 항공기 연결시간이 4시간 이상 7시간 미만일 경우는 점심과 함께 시내관광을 시켜준다. 시내관광은 4시간코스와 5시간코스, 2가지가 있는데 강남지역 고급음식점에서 불고기 등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을 제공하는 중식, 올림픽 경기장 방문, 남산공원 일주에 경복궁 관광 등이 옵션으로 들어 있다. 셋째, 호텔 하프데이 서비스는 비행기 연길시간이 7시간 내외일 때 승객들이 시내 관광을 포기하고 휴식을 원할 경우 (주로 비즈니스맨임0 특급호텔의 객실과 함께 식사가 제공되며 넷째 전달의 야간비행기로 와서 다음날 첫 비행기 탑승으로 이어질 경우는 야간식사와 호텔숙박이 제공된다. 이상은 모두 정기적인 것으로 승객이 발권할 때 해당항공편의 예약상황 등을 고려해 현지 지점에서 미리 전문으로 통보해 주는 여객들에 한해 서비스되고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이나 공항의 노조파업 및 항공사고 등으로 인한 항공기 지연 및 연결문제가 발생할 때는 해당승객들이 다음 항공기를 탈 때까지 불편이 없도록 그에 맞는 모든 서비스를 즉시 동원해야 한다. 항공기의 지연 및 결항으로 인해 승객들이 예정대로 항공기를 갈아타지 못할 경우에는 식사와 호텔 객실제공은 물론 승객들의 국제전화요금까지 항공사측에서 부담해야 한다. 김포공항에서 통과여객업무만 8년간 계속해 오고 있는 한진관광 통과여객과의 김진영 과장은 『지난 85년 12일 폭설로 항공기가 활주로에 미끄러져 이착륙이 마비되는 마람에 1천명의 승객을 동시에 숙박시켰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한다.
한진은 대한항공의 통과여객 중 지난 한해 동안 4만여명을 응대했는데 이중 1만 8천여명이 시내관광이고 2만2천여명은 호텔에 투숙, 하루 평균 1백 10명을 접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웬만한 중소여행사의 연간 실적을 능가하는 기록이다. 간혹 통과여객 안내 데스크를 찾은 외국인 중에는 가족과 함께 다시 왔다면서 지난번 방문 때의 호의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고 돌아가서 편지를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는 잠재적인 관광수요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통과여객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이다.
결국 통과여객에 대한 모든 서비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외교의 최일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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