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사표’를 품고 있지 않은가. 부당한 처우, 동료들과의 불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 사표를 던지고 싶은 이유야 셀 수 없다. 

얼마 전 T여행사에서 근무하던 H양이 사직서를 냈다. 타 부서에서 근무하던 팀장은 그녀의 사표가 의아했다. 언제나 밝고 명랑한 직원이었고 업무도 곧잘 소화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마지막 날 밝혀졌다. H양은 짐 정리를 모두 마치고 퇴근 바로 직전 직속 선배의 자리로 향했다. “지금까지 뒤에서 제 욕하고 다니셨죠? 그렇게 살지 마세요.”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사표의 원인은 선후배간의 갈등이었다. 깐깐하고 직설적인 성격인 직속 선배의 기(氣)에 못 이겨 그만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H양의 마지막 발언은 사내에서 뜨거운 화재가 됐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지나친 행동이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녀가 1년 동안 근무하면서 쌓은 좋은 이미지는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다. 

M여행사의 한 직원은 다른 동료들에 비해 그녀를 찾는 단골손님이 유독 많다고 한다. 비결은 애프터서비스다. 그녀의 애프터서비스에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여행사 직원은 손님들의 여행 출발일 전 해피콜을 돌리지만 그녀는 손님들이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짜도 챙긴다. 여행은 어땠는지, 불편함은 없었는지 묻는 안부 전화 한 통이 고객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은 것이다. 때로는 ‘스스로 일을 만든 격’이 될 때도 있지만 100원 차이에도 떠나는 고객이 허다한 여행업계에서 단골손님은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인간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업계를 떠나게 되든 남아있게 되든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마주치게 될지 모른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처음 아무리 잘한다한들 마무리가 나빴다면 전체를 망치는 일인 셈이다. 처음보다 끝이 중요한 이유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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