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 뒷북(?)이지만 지난 20대 총선 결과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여당의 압승을 예고했었고, 흔히들 최소 140석에서 최대 170석 등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 예측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나. 오히려 여당은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122석을 가져가는데 그치고 말았다. 

투표자의 마음이 하루 아침에 돌아선 것도 아닐진데 총선 이전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의 차이는 황당하리만치 달랐다. 여러 세대를 아우르지도 못하고, 참여율도 낮았던 여론조사의 한계 때문이었다. 

지난 이야기를 들먹거리는 것은 최근 ‘여행업계’의 지표와 전체 여행의 지표가 다르게 나타나는 분위기가 느껴져서다. 경기 불황과 비수기가 겹친 요즘, 여행사는 울상이다. 예년의 예약률을 따라잡지도 못하고, 지역별로는 전년대비 모객이 반토막이 나거나 판매 문의가 아예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진 이후 몇주간 비상경영을 실시한 여행사도 있었다. 업황이 최악인데다,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열의 여덟이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여행업계의 여론이다. 

막상 뚜껑을 열고나면 결과는 다를지도 모르겠다. ‘자유여행’은 빠진 여론이기 때문이다. “못 믿으시겠지만 너무 잘 돼요.” 동남아 지역 자유여행 담당자의 말이다. 이것이 그들만의 이야기인가? 아니다. 직접적인 지진 피해를 입지 않은 일본 일부 지역도 자유여행이 다시 정상화 단계를 밟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항공 단품 판매가 전년을 크게 웃돌며 성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극명한 시장 분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기에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 여행 수요도 생각해봐야 한다. 글로벌 예약 사이트나 직구 등 여행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여러 채널로 여행자들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여행이 곧 여행사와 직결되지 않는 시대다. 이들의 움직임을 모른다면 결코 여행 전체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여행사의 영업은 여전히 패키지 중심에 머물러 있다. 

패키지 시장의 분위기만으로 전체 여행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없게 된지는 이미 오래다. 자유여행을 아울러야 한다는 것도 이제 반쪽짜리 대안이다. 생존해 나가야 한다면, 여행사 밖까지 내다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할 것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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