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과 서울에서 진행된 중국 대형 인센티브 단체가 화제다. 엄밀히 말하면 유커보다 치킨과 삼계탕이 화제다. 뒷말도 많다. 경제성이 없다는 비판부터 싸구려 여행에 대한 우려도 들려온다. 단발적인 평가를 내리기에는 허점투성이인 두 단체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앞으로의 호텔업계와 관광산업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이 나타난다.

호텔업계가 이번 대형 단체를 바라보는 심경은 복잡하다. 이제는 호텔업계의 고유명사처럼 인식 된 ‘중국단체’라는 이미지 그대로 이번 단체의 숙소 배정 기준은 저가 숙박료를 수용할 수 있는 호텔들이 우선순위였다. 인천의 열악한 숙박 인프라도 문제였지만 단체를 유치한 여행사가 제시한 금액을 보고 송도의 많은 신규 호텔들은 가격을 맞출 수 없어 단체 숙박에 손을 떼야 했다. 호텔에서 바라본 중국 단체의 현실은 먹자니 먹을 게 없고 안 먹자니 아쉬운 ‘계륵’과 같은 존재다. 단체유치의 기준에 저렴해야 유치할 수 있다는 절대 명제가 존재하니 여행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치 여행사가 단체 관광객이 만족할만한 좋은 서비스와 시설을 갖춘 호텔들과 유치 단계에서부터 공동으로 협력 관계를 형성했다면 호텔과 여행사 양측이 만족할 만한 가격으로 질 높은 숙박 가능하겠지만 우리의 단체 유치 구조는 아직 협력 관계에 미숙하다. 단체 유치를 위해서는 수익의 논리에 충실해야 하고, 복잡하고 치열한 가격 경쟁을 거쳐야 한다. 단체를 유치하는 여행사에게만 싸구려 여행의 주범이라고 쏟아내는 반복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다. 

금번 대형 인센티브 단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협력의 효과’다. 여행에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호텔은 여행사와 공동으로 유치 파트너로서 협력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유치 과정에서는 “방값 싸게 주면 단체 넣어줄게” 식의 힘의 논리가 우선적으로 적용됐다. 아쉬우면서도 호텔과 여행사간의 구조적 관계 구축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 본다. 

협력의 효과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번 두 대형 단체가 지닌 발군의 공통점은 바로 ‘관(官)의 협력’이다. 많은 미디어 매체들이 <태양의 후예>와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를 앞세워 치맥과 삼계탕을 화제로 삼았다. 

하지만 치맥과 삼계탕의 뒤에 있는 인천시와 서울시의 역할을 주목 해야 한다. 먼저 지방정부나 관이 대형관광단체 유치에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치열한 단체 유치 경쟁이 예상되는 주변 국가와의 싸움에 틀림없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치적인 선전 효과를 노렸던 지역의 경제 효과를 노렸던 그 목적이 서로 다르더라도 이번 인천시와 서울시가 보여준 홍보 효과는 타 지방정부에 틀림없는 자극제가 됐다. 대형 단체 유치를 위한 관과 여행사간 협력 구조가 공고해 질 것으로 기대 된다. 

여행단체나 마이스(MICE) 관련 국제 행사와 같은 대형단체를 유치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거나 쉬운 일이 아니다. 수백, 수천명의 인원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항목이 무수히 많고 해당 단체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하다. 이런 구도에서 단체 유치를 위해 관의 지원이 이뤄진 것은 신뢰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방한 외래객 지원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중국시장이 열리기 전 한국의 호텔을 채우던 무수히 많은 일본계 기업 인센티브 투어를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각자의 취향을 즐기는 FIT여행의 시대로 전환됐기 때문에 단체 유치로 주된 이익을 창출했던 인바운드 여행사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FIT 중심의 OTA와 같은 신규 채널들이 성장세를 보이는 시대다. 이런 시대적인 변화에 아이러니 한 거대 변수가 나타났으니 그게 바로 ‘중국 발 대형단체’다. 해외여행 문화가 이제 정착하기 시작한 중국시장의 단체 해외여행 문화는 어마어마한 인구를 바탕으로 각 나라의 관광산업을 들었다 놨다 할 것이다. 흐름에 맞추자니 FIT 중심의 운영이 필요하고, 옆 나라의 비행기 수백 대가 날아오는 현상을 보자니 대형 단체 수용을 위한 대응력도 필요하다. 한국의 호텔들은 상반된 두 개의 시장을 만족시켜야 하는 복잡한 상황을 맞이했다. 

이제 호텔이 단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전향할 시점이다. FIT에 비해 객실료가 낮을 수밖에 없어 계륵으로 취급되는 대형단체를 그저 한 시점 객실을 채우는 도구로서 인식할게 아니다. 향후 FIT 시장으로 전환될게 틀림없는 중국시장을 내다보고, 호텔의 충성고객 확보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단체는 중요한 호텔 브랜드 전파채널로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형단체를 유치하는 여행사와 호텔의 협력 관계는 훨씬 부드럽게 풀릴 수도 있어 보인다. 호텔은 향후의 충성고객을 구축하기 위한 최상의 서비스로 단체 관광객을 응대하고, 여행사는 만족도 높은 한국여행을 제공할 의무감을 지닌다면 우리는 협력해야 맞다. 치맥과 삼계탕으로부터 우리가 받은 숙제가 아닌가 싶다.
 
유가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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