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마트를 취재할 때 여행사 담당자에게 어김없이 던지는 단골 질문이 있다. “주로 어떤 업체들과 미팅을 했나요?” 트래블 마트는 세계 각국의 관광업계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새로운 업체와 실질적인 거래를 만드는 기회를 도모하는 자리다. 보통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대규모 행사로 아무나 참가하기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여행사 지역 담당자라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질문이 무색해질 정도의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당황스럽다. 어떤 이는 실질적으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1~2 건에 불과한데 40~50개의 미팅을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볼멘소리로 답했다. 이 정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A여행사의 모 사원은 “원래 가기로 했던 과장님이 사정상 못 가게 되어 과장님이 신청했던 업체 리스트만 받아왔다”고 말했다. 마트 전후의 팸투어를 더 기대하는 경우도 많다. 

이유가 뭘까. 이런 답변을 내놓은 참가자들의 공통점은 해당 트래블 마트에 처음 참가하거나 앞으로 참가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첫술에 배부르기 힘들 듯 매년 꾸준히 참가해 얼굴을 익히고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매번 참가하는 담당자가 다르니 관계가 진전되는 확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야 또 다른 담당자에게도 트래블 마트에 참여할 기회를 공평하게 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몇 년째 참석하고 있긴 하나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 담당자들 만나 안부 인사하는 정도로 활용하는 수준”이라고 말하는 단골 참가자도 있으니 결국은 참가자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모두가 강건너 불구경인 것은 아니다. 셀러들의 리스트를 꼼꼼히 확인하고 스케줄이 맞지 않아 미팅을 진행하지 못하면 쉬는 시간에라도 찾아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참가자들도 많다. 트래블 마트가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적극적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담당자들도 만났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을 두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다. 자기 일에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인만큼 꽃의 향기도 달라질 테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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