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의 1회 평균 여행 지출액 분포를 보면 ‘여행상품 구입비’에 39.3%, ‘숙박비’에 4.7%, 교통비에 ‘12.4%’를 쓴다. 일반적으로 여행상품에는 호텔과 항공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는데 숙박비와 교통비가 따로 표기돼 있으니 혼란스럽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 국민여행 실태조사’의 내용 중 일부다. 담당자에게 구분을 어떻게 해야 하나 물으니 개별여행과 그룹을 구분하지 않고 조사했기 때문이라며 “교통비에는 항공이 아닌 현지 이동수단도 포함될 수 있다”는 다소 비전문적인 답변을 내놨다. 역으로 항공 또한 포함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지출액 조사는 무의미한 숫자의 나열에 불과하게 됐다. 제대로 구별되고 조사됐다면 여행자들이 여행 시 어느 부분에 투자를 하는지 확인하고 업계는 이에 마땅한 대처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애매모호하거나 의미를 두기 힘든 내용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여행 실태조사에서는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이 극명하게 양분화 된지 오래이건만 여행자 구분을 가구여행과 개인여행으로만 나눴다. 여기서 개인여행은 자유여행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가지 않는 여행을 칭한다. 자유여행자의 여행 패턴을 따로 조사한 부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나마 부분 패키지를 이용한 가구여행자와 개인여행자를 각각 따져볼 수밖에 없다. 예약 서비스 이용률에 대한 것도 그렇다. 항공이건 숙박이건 투어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예약 서비스를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는데, ‘어떤’ 서비스를 이용했느냐가 아니라 단순히 이용률을 묻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나. 비슷한 문제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각 부처에서 제공하는 조사 발표는 업계의 중요한 자료일 수밖에 없다. 표본의 수나 조사의 규모를 따져보면 개별 여행사나 항공사의 자체적인 조사로는 따라가기 힘들다. 국가 자료인만큼 쓰임이 여행에만 한정되는 것도 아니다. 여러 분야에서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좀 더 넓은 시야로 숲을 볼 수 있는 지표인데, 문제는 규모만큼이나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선명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조사를 위한 비용과 노동력 낭비일 뿐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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