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여행사에서 ‘헝가리 일정을 포함한 동유럽 12일 패키지 상품’을 홈쇼핑으로 선보였다. 279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동유럽 일정으로 진행된 홈쇼핑이라 기대가 컸지만 방송 중 걸려온 예약 콜(Call) 수는 800건에 불과했다. 구마모토 지진으로 모객이 뚝 끊겼던 규슈 지역의 홈쇼핑도 지난 5월 말부터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슈 지역만을 상품으로 엮은 ‘규슈 단독’ 상품 홈쇼핑을 다시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성과라는 반응이지만 여전히 콜 수는 아쉬웠다. 2박3일 일정에 39만9,000원으로 진행한 홈쇼핑의 상담 예약 건수 역시 800건에 그쳤다. 실제 구매고객으로 이어진 것은 8%에 불과했다.

홈쇼핑의 ‘약발’이 다한 걸까. 최근 홈쇼핑으로 성과를 봤다는 이야기가 가뭄에 콩 나듯 들린다. 투자하는 비용과 인력 대비 성과가 너무 나오지 않는다는 하소연은 이미 오래됐지만 그럼에도 끊을 수가 없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특히 하드블록이나 전세기 운영 등 미리 구매한 항공 좌석을 채워야 하는 여행사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으로라도 판매를 하는 것이 손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특정한 날짜를 지정해 판매되는 홈쇼핑 구매에 더 이상 열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종 프로모션과 특가 상품, 이벤트 심지어 온·오프라인 박람회까지 너도나도 특가 상품을 쏟아내니 ‘굳이’ 홈쇼핑이 아니더라도 저렴한 여행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심지어 고정된 날짜와 일정이 아닌 가고 싶은 날짜, 가고 싶은 코스로 말이다. 

지난 5월 모객이 유난히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5~6월에 시작하는 프로모션이 증가했다. 박람회, 프로모션 등의 패턴을 읽은 소비자들은 이 시기를 기다리며 구매 욕구를 참는 것 같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무섭다.”

저렴하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들과 그들을 위해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며 힘을 잃어가는 여행사. 둘 사이를 가깝게 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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