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관광청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모 여행사 상품기획 팀장의 하소연이다. 그는 얼마 전 일본의 모 관광청과 콘텐츠 확보를 위한 미팅을 가졌다. 상품 페이지에 넣을 사진과 추천 일정 등에 대해 지원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 당했다고 한다. 그는 관광청이라고 해서 무조건 여행사를 도울 수 없다는 입장은 잘 알지만, 어떠한 제안을 해도 ‘여행사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태도가 몹시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취재원들을 만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여행사 지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형식적인 연례행사만 있을 뿐이다’ 등 비협조적인 관광청에 대한 불만의 이유는 여럿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비협조적인 관광청은 아이러니하게도 소위 ‘잘 되는 지역’인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일단 수요가 높으니 어떻게든 더 팔아보자는 입장인데, 관광청과의 합(合)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관광청의 태도가 서운하더라도 인기 목적지를 일정에서 제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반면에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하지 않아도 꾸준한 ‘관심’과 ‘성의’를 보여주는 관광청도 있다. 크로아티아관광청과 남아프리카공화국관광청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세일즈 콜을 통해 여행사 담당자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행사장에서 인연이 닿은 담당자들이 이메일로 협조를 요청하면 다소 느리더라도 최대한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얽혀있거나 예산이 적어 큰 혜택은 줄 수 없을지언정 한국 시장에 대한 가능성과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진정으로 지지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관광청의 존재 이유다. 한 사람의 일방적인 노력으로 사랑을 얻을 수 없는 것처럼, 관광청만의 노력으로 오래도록 사랑을 받기는 어렵다. 현지 관광 인프라의 상황도 중요하고 전문 랜드사와 여행사, 항공사의 도움도 필요하다. 여행은 결국 사람의 감성을 다루는 산업이 아니던가. 형식적인 파트너가 아니라 진정한 동행이 이어지길 바란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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