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4주년 기획 캠페인]
*여행신문은 2016년 7월10일 창간 24주년을 맞아 여행업계의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 해묵은 
과제들을 짚고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여행업, 이것만은 고치자!’ 기획을 연재합니다.
 
●여행업 이것만은 고치자!
 
1. 현장 곳곳에서 ‘갑의 횡포’
누군가의 ‘갑’은 누군가의 ‘을’
 
-항공사-여행사-랜드사 수직 관계 여전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파트너십 절실
-인바운드 가이드 “생존마저 위협” 하소연
 
여행업도 ‘갑질’의 병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각 여행 유통 단계별로 갑-을 상-하 관계가 형성되고 자연스레 갑의 횡포로 이어진다. 을은 또 누군가의 갑이 되어 똑같은 갑질을 자행한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행업계의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다. 
 

여행사 회식비마저 랜드사 책임
 
“여행업은 어느 누군가의 피를 빨아서 수익을 내는 구조인 것 같다.” 여행상품 각 유통단계별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을’의 희생을 바탕으로 수익을 낸다는 지적이다. 스스로 여행업 최하단의 ‘을’로 보는 랜드사들의 하소연과 신세한탄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A 랜드사 대표는 “랜드피 인하 압박이나 홈쇼핑비 지원요구 등은 비즈니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되니 이제는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여행사에 상납하고 회식비까지 챙겨줘야 하는 처지를 생각하면 깊은 회의감이 밀려온다”고 토로했다. “고객이 불만이라도 제기하면 잘잘못에 관계없이 관련 처리 비용은 십중팔구 우리가 물어야 하는데 거래가 끊길까봐 제대로 따지지도 못한다”고도 말했다.

랜드사에 대한 여행사의 횡포 사례는 끝이 없다. B랜드사 소장은 “지상비 ‘후려치기’도 모자라 후불결제로 처리하고, 여행사가 가입해야 할 여행업 영업보증보험이나 배상책임보험 비용까지 랜드사에 전가한다”고 혀를 찼다. C랜드사도 “환율 변동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랜드사에 떠넘기고 여행사 실수나 덤핑경쟁으로 발생한 적자 부분까지 고통분담이라는 허울을 씌워 희생을 강요한다. 여행사가 항공좌석 하드블록을 다 소진하지 못했을 때는 당연하다는 듯 노투어피 진행을 요구한다”며 어이없어 했다. “랜드사를 파트너로 보고 합당한 대우를 하는 파트너십이 아쉽다”는 것이다.

갑질은 또 다른 갑질을 부른다. 여행사의 갑질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랜드사는 다시 가이드를 쥐어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쇼핑과 옵션을 통해 고객의 주머니를 털도록 지시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얼마만큼 만족했느냐가 아니라 손해를 얼마만큼 만회해줬느냐가 가이드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한다. 

여행사도 불만은 있다. 물량을 받거나 거래를 따기 위해 랜드사가 먼저 여행사를 접대하고 노투어피를 제안하는 등 스스로 ‘을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A여행사 임원은 “랜드사와 가이드에 따라서 여행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랜드사를 쥐락펴락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랜드사가 여행사 몰래 로컬 랜드사와 이면계약을 맺고 킥백(Kickback)을 챙기고 이로 인해 행사 품질이 떨어지는 등 랜드사의 횡포도 많다”고 반박했다. B여행사 관계자도 “여행사에 말한 내용과 달리 무능한 가이드 또는 신입 가이드를 배정하거나 옵션과 쇼핑을 과도하게 진행해 문제가 된 경우도 많고, 여행사에 불만을 품고 허위 비방 소문을 내거나 근거 없이 경쟁 랜드사를 헐뜯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동조했다.  
 

 
‘끼워팔기’부터 ADM 블록까지
   
랜드사의 갑인 여행사는 항공사의 을이다. 여행업 피라미드의 상위 존재로서 항공사의 위상이 여전해서다. 저비용항공사(LCC) 등 항공사가 증가하면서 개별 항공사의 시장영향력도 예전에 비해 많이 하락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여행사에 대한 통제 필요성이 오히려 높아진 탓인지 여행사에 대한 항공사의 갑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의 항공사 갑질 논란은 여행사 대상 좌석 지원 및 판매 과정에 집중된다. 항공공급량이 제한적이었던 10~20년 전의 경우 좌석배분 자체가 항공사의 무기였지만 최근에는 여러 항공사로 분산되면서 새로운 ‘기법’이 많이 등장했다. 성수기 좌석배분을 미끼로 비수기 출혈 판매를 강요하는 것은 고전이다. 최근에는 인기 노선에 비인기 노선을 묶어 제공하는 이른바 ‘끼워팔기’에 대한 원성이 높다. 판매량이 계약 조건에 미달할 경우 미판매 좌석에 페널티로 ADM(Agent Debit Memo)을 발행하는 ‘ADM 블록’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그 병폐에 대한 원성도 커지고 있다. C여행사 임원은 “ADM 계약을 해 놓고 인기 날짜 좌석에 대해서는 발권 기한(TL)을 걸어 좌석을 회수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항공사와의 관계, 타 여행사와의 경쟁 등을 감안해 무리하게 ADM 블록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는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 “비수기에는 페널티를 물지 않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마이너스 상품을 만들어 할당 좌석을 채우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손해도 크다”고 덧붙였다. 모 외항사 관계자마저 “이상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눈앞의 경쟁에만 급급하지 말고 항공사와 여행사가 ADM 블록 계약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대신 여행사는 여행상품 다양화 노력을 펼치고, 항공사는 판매채널을 보다 다양화해 ADM 블록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사 가격 정책과 관련해서도 여행사들의 불만은 끝이 없다. “항공권 판매수수료(Commission)도 주지 않으면서 항공사가 해야 할 각종 일들을 여행사에 떠넘기고, 각종 불합리한 규정으로 여행사를 압박한다”는 하소연이다. ▲지연·결항시 고객 연락 업무 여행사에 전가 ▲APIS 등 항공사 업무 여행사가 처리 ▲항공사 일방적인 ADM 규정 ▲배보다 배꼽이 큰 어드민 피(Administration Fee) ▲항공사 홈페이지 요금보다 비싸게 제공하는 여행사 요금 ▲특정 GDS 이용 강요 등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항공사 직원 휴가 갈 때도 무리한 가격할인 요구 등으로 시달린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쇼핑 페널티에 인두세까지 갈취
 
갑의 횡포는 인바운드나 국내 부문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국내 기차여행 전문여행사들은 최근 코레일이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여행사 제공 KTX 좌석 배분량을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축소하려 해 반발한 바 있다. A 여행사 대표는 “여행사 판매수수료도 없앤 데 이어 이제는 여행사 제공 좌석마저 없애려 하는 것 같아 배신감마저 느꼈다”며 “당장은 여행사 항의를 어느 정도 수용한다 해도 결국에는 여행사를 상대로 멋대로 정책을 펼칠 게 뻔하다”고 꼬집었다.

인바운드 부문에서는 특히 여행사와 가이드 간에 갑-을 수직구조가 뚜렷하다. 오랜 발전 역사를 지닌 일본 인바운드 시장에 비해 중국 인바운드 가이드들의 토로가 심하다. 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는 “가이드 일비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여행사는 행사 진행시 발생하는 주차비와 도로통행료, 벌금, TC와 기사 식사비 등을 가이드에 전가시킨다. 서울-제주 일정인 경우 항공권 비용도 스스로 부담해야한다. 행사 진행비도 가이드가 먼저 선결제한 후 여행사가 사후에 가이드에게 지급하는데, 한 달 후면 다행이고 수개월 뒤에 이뤄지는 일도 빈번하다”고 사정을 전했다. 게다가 “담당한 단체에서 발생한 쇼핑액이 부족할 경우 ‘쇼핑 페널티’를 여행사에 물어야 하고 단체를 배당한다는 명목으로 가이드로부터 인두세까지 갈취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렇지만 밉보여서 일감을 받지 못할까봐 여행사 횡포에도 이렇다 할 항의도 못한 채 눈치만 보는 게 중국어 가이드들의 현실이라며 분개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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